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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이 비즈니스 천국…창농가(創農家) 늘어야 나라가 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산업화가 한창이던 1960~70년대, 대한민국에서는 '이촌향도(移村向都)' 행렬이 줄을 이었다. 도시는 일자리와 높은 수준의 교육·문화 여건을 갖추고 농촌 젊은이들을 유혹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2010년대 중반. 번잡한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돌아가려는 '이도향촌(移都向村)'이 새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농식품부와 통계청의 지난 3월 발표에 따르면 귀농·귀촌 수는 2010년 4000여 가구에서 지난해 4만4000여 가구로 4년 만에 11배나 늘었다. 왜 다시 이도향촌일까. 이는 일시적 현상인가 장기적 추세인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두 차례에 걸쳐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마침 내달 5일부터 농식품부가 주관하는 '2015 귀농·귀촌 농식품 일자리 박람회'가 열린다.

향후 20~30년 가장 유망한 산업은 농업
- 귀농·귀촌이 트렌드라 할 정도로 많은가.
"귀농·귀촌 통계는 해당연도 11월을 기준으로 지난 1년간 행정구역상 동(洞) 지역에서 읍·면 지역으로 주민등록을 옮긴 가구를 집계한다. 이 가운데 농업 관련 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농사나 축산 일을 하는 가구는 귀농, 전원생활을 하면서 자영업이나 예술활동을 하는 가구는 귀촌으로 분류한다. 지난해 귀농·귀촌 가구수는 한 해 전보다 37.5%나 늘었다.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늘어나는 이유는.
"우선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 은퇴를 하고 있다. 55~63년생인 베이비부머 세대는 약 695만 명이다. 전체 인구의 14.5%를 차지한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유소년 시절을 농촌에서 보낸 경험이 있다. 귀촌 가구의 58%가 50대 이상이다. 주목할 점은 베이비부머의 뒤를 잊는 소위 'F세대(Forgotten Generation, 66~74년생)'의 귀농·귀촌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40대 이하 젊은 층의 귀농·귀촌 증가율은 43%로 전체 평균 증가율 37.5%보다 높다. 사회적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은퇴 계층은 탈도시를 목표로, 청장년층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농촌에서 찾으려한다."

-가족 생계에 대한 책임이 막중한 40대의 귀농·귀촌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투자회사인 로저스 홀딩스의 짐 로저스 회장이 '앞으로 20~30년간 가장 유망한 산업은 농업'이라고 얘기한 적 있다.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농업·농촌을 블루오션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농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농업과 연계한 창업을 통해 얼마든지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 2013년 서른여섯 나이에 단돈 500만원을 들고 충북 옥천으로 귀농한 채한별씨는 전기전자 전공을 살려 버섯재배사(舍)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했다. 현재 연 3000만원 이상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서른둘이던 2010년 충북 음성으로 귀농한 이석무씨는 농촌체험형 농장을 세워 연 1억원의 순익을 올리고 있다. 도시에서 청년 취업·창업이 얼마나 어렵나. 농촌이 기회의 땅이다."

귀농·귀촌인들이 농촌 뉴 리더 역할
-젊은 층이 농촌에서 안정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 많은 고민이 해결될 수 있겠다.
"우리 농업과 농촌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지속가능성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귀농·귀촌 증가는 농업·농촌의 활력과 지속가능성을 유지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들은 도시에서의 다양한 경력을 살려 농촌지역의 리더 역할을 담당한다. 실제 전북 고창군 마을이장의 12%, 진안군 마을이장의 17%가 귀농·귀촌인이다. 크게 보면 농촌의 인구 증가는 도농 간 인구격차를 해소해 국토의 균형 발전을 이루는 효과가 있다. 도농격차의 해소는 빈부격차, 소득격차의 완화로도 이어진다. 도시 과밀화의 해소는 교통과 주택대란, 공해, 범죄 같은 사회적 비용을 낮춤으로써 사회 전체의 후생 수준을 높인다. 한마디로 창농가(創農家)가 많아야 나라가 산다."

-귀농·귀촌 증가는 한국적 현상인가, 해외는 어떤가.
"해외도 마찬가지다. 농민의 평균연령이 66세인 일본의 경우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해지자 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귀농·귀촌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신규 농업 취업자를 늘리기 위해 청년취농급부금을 지원하는 등 신규 취농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미 40여 년 전인 1973년부터 농업인력 부족과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청년취농지원금 제도를 도입하고 젊은이들의 농업 종사를 지원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모든 노동 중에서 가장 기쁨이 많은 노동은 농업’이라고 말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농촌은 우리가 흘린 땀방울만큼 진실하게 보답을 해주는 곳이다."

-정부는 귀농·귀촌인을 어떻게 지원하고 있나.
"수원에 있던 귀농귀촌종합센터를 지난해 7월 서울 양재역 인근으로 이전했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매년 열리는 귀농·귀촌 창업박람회와 농식품 일자리박람회를 통합해 창농에 필요한 종합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37개 기관에서 귀농기초반부터 귀농심화반까지 42개 과정을 열어 교육을 하고 있다. 건국대·공주대 등 10개 대학에서는 2030세대 취·창업 교육과정을 열어 수백 명을 배출했다. 창농 자금 지원도 다양하게 실시한다. 귀농 창업자금 대출 금리를 3%에서 2%로 낮췄고 대출금 한도는 2억원에서 3억원으로 늘렸다. 일정기간 가족단위 귀농 체험을 할 수 있는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를 17년까지 8곳에 만들고, 귀농자 임시거처로 빈집을 수리한 ‘귀농인의 집’도 올해부터 3년간 300개소 추가 건립할 계획이다."

ICT·농업 결합해 창업 도전해볼 만
-농업 분야에도 개혁해야 할 규제들이 많이 있지 않나.
"지난해 농산물 제조·유통·체험에 관련된 규제를 패키지로 완화했다. 전통주와 탁·약주의 유통 구조를 개선해 인터넷으로 판로를 열어줬다. 이밖에 예비귀농인도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규제개혁에 관한 정부업무평가에서 농식품부가 우수부처로 선정된 것도 이런 노력 때문이다. 올해는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라는 차원에서 작년보다 더 폭 넓게 규제개혁을 추진할 계획이다. 농지 활용, 농산물 품질 인증 등 주요 분야의 지자체 규제를 전수조사해 339건의 불합리한 규제를 발굴했고 현재 조례 정비를 추진 중이다. 쉽게 창농하고 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모든 제도를 고쳐나갈 계획이다."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데 비해 스마트 농업 분야는 뒤처진다는 평가가 있는데.
"우리나라 스마트 농업은 이제 시작단계다. 선진국에 비해 시설현대화 수준이 낮고, 농업인의 ICT 활용에 대한 인식과 핵심기술이 부족하다. 창의성 넘치는 젊은이들의 도전이 필요한 분야다. 시설채소나 원예·과수·축산 등에 다양하게 ICT를 접목할 수 있다. 실제 전남 담양의 한 딸기농가는 자동 온도조절 장치를 갖춘 스마트 온실을 만들어 노동력은 20% 줄고 생산성은 30% 늘어났다. 정부는 이러한 성공 사례가 확산하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다. 측창 자동개폐, 온습도 원격·자동 제어장비 설치 지원 등 온실과 축사 등의 시설현대화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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