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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1조2000억 … 재미 이태희씨 ‘여성 부자 14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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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5년 전 직원 5명의 쓰러져 가는 회사를 100만 달러(약 11억원)도 안 되는 금액에 인수, 지난해 직원 3000명에 연 60억 달러(약 6조6330억원)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키워낸 한국 출신 여성 최고경영자(CEO) 타이 리(이태희·56·사진). 그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올해의 ‘자수성가형 여성 부자’ 50인에 선정됐다.

 27일(현지시간) 포브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이 대표는 미국 뉴저지주 서머싯에 본사를, 미국과 캐나다·영국·독일·홍콩 등에 30여 개 지사를 둔 비상장 정보기술(IT) 업체 ‘SHI(Software House International)’를 이끌고 있다. SHI는 미국 여성이 소유한 기업 중 최대 규모다. 소수계가 소유한 기업 상위 3위에 속한다. 그는 18억 달러 가치로 평가되는 SHI의 지분 60%를 보유, 자산 규모가 11억 달러에 이른다. 자수성가한 여성 부자 14위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SHI가 성장한 데에는 이 대표의 경영 스타일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포브스는 분석했다. 그는 직원을 귀하게 여긴다. 경영자와 직원 간 차별을 두지 않는다. 직접 자가용을 운전해 출근하며 본사 주차장에도 CEO용 주차 공간은 따로 없다. 회사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직원이 고객에게도 온 힘을 다하기 때문에 기업이 성장하려면 직원을 소중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포브스는 “회사를 방문하니 이 대표는 비서도 없이 모든 것을 직접 처리하며, 직원들 바로 옆자리에 앉아 상하 구분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SHI의 고객 유지율은 그래서 99%에 이른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업체가 있으면 며칠 만에 거래처를 바꾸는 IT 업계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수치다.

 태국 방콕에서 태어난 이 대표는 3녀1남 중 둘째다.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언니와 함께 10대에 매사추세츠주 애머스트로 유학왔다. 포브스가 ‘유명한 경제학자’라고 소개한 그의 아버지는 1차 경제개발계획 수립을 주도한, 한국의 근대화를 이끈 이기홍 전 경제기획원 차관보다. 한국인 첫 유엔 직원이었던 그는 박정희 정권이 들어서자 한국으로 건너가 경제개발 과정에 깊이 관여했다. 그의 남동생은 한국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이장석 구단주다.

 이 대표는 대학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와 대성산업에서 일하며 돈을 모아 하버드 비즈니스스쿨(MBA)에 진학했다. P&G·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에서 일하다 1989년 결혼, 남편 레오 코관의 도움으로 ‘라우텍’이라는 회사를 인수해 경영에 뛰어들었다. 이후 사명을 SHI로 바꿨다. 2002년 그와 이혼했지만 여전히 사업 파트너로 지내고 있다. 남은 지분 40%는 코관 몫이다.

 한편 자수성가형 여성 부자 1위에는 혈액테스트 업체 테라노스의 CEO 엘리자베스 홈스가 선정됐다. 이어 2위 ABC서플라이의 다이앤 헨드릭스, 3위 의류 브랜드 갭의 도리스 피셔, 4위 의류 브랜드 포에버21의 장진숙 대표 등이 이름을 올렸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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