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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비빔밥도 개성 시대…동네마다 달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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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들 비빔밥에 들어갈 수 없을까.

어떤 재료라도 함께 비벼지길 거부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비빔밥 정신'이다. 그 중에서도

입 안 가득 봄 향기 물씬 풍기는 비빔밥을 즐겨보시라. 이름하여 '허브 비빔밥'과 '꽃비빔밥'이다.

'전주 비빔밥'의 아성에 도전하며 지방자치단체가 추천하는 향토 이색 비빔밥 3선도 모아봤다.

이훈범.남궁욱 기자<cielbleu@joongang.co.kr>

*** 함평 돼지비계 비빔밥

메뉴판에는 '육회 비빔밥'이라 적혀 있다. 돼지 비계는 따로 그릇에 담겨 나온다. 필요한 사람만 넣어 먹으라는 얘긴데 다들 몇 숟가락씩 퍼담는다. 삶아서 기름을 쪽 뺀 뒤 잘게 썰어 놓았다. 그래서 살 찔 걱정은 덜고 고소한 맛만 더한단다. 사실 비계가 없더라도 함평 특산 한우의 질 좋은 육회와 당일 짠 것만 사용한다는 참기름만으로도 그 고소함은 충분히 남는다. 여기에 부추와 호박 . 콩나물이 들어가는데 먹어본 사람은 비빔밥의 본가전주비빔밥보다 더 맛있다고 한다는 게 김은임(45)사장의 단언이다. 한 그릇 5000원. 061-322-2764.

*** 통영 해물 비빔밥

비빔밥이 주 메뉴가 아닌데도 상호가 '통영 비빔밥'이다. 그만큼 자신 있다는 얘기다. 바지락.홍합 등 각종 조개와 두부를 넣어 끓인 국을 듬뿍 퍼 넣어 국물이 자작하게 비벼 먹는 것이 통영 비빔밥의 특징이다. 매콤달콤 고추장은 손가락으로 찍어 먹어도 맛있다. 톳나물 등 7~8 종의 나물 외에 바닷가 비빔밥답게 생미역이 들어가 시원한 맛을 낸다. 비빔밥만 시켜도 생선구이를 비롯한 10여 가지의 반찬이 딸려 나오는 후한 인심을 비릿한 바닷내음과 함께 비벼 먹는 게 제 맛이라고 이분희(53)사장은 자랑한다. 한 그릇 5000원. 055-642-1467.

*** 봉평 메밀싹 비빔밥

이효석의 단편 '메밀꽃 필 무렵'의 고장 봉평에 먹거리가 막국수만 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장돌뱅이 허생원이 이십년 동안 한 번도 안 걸렀다는 봉평 장터에 있는 한식당 '미가연'의 오봉순(41)사장이 그래서 개발한 것이 '메밀싹 비빔밥'이다. 비빔밥의 일반적 재료 대신 강원도 특산의 보라색 감자와 참나물, 오이와 함께 싱싱한 메밀싹을 듬뿍 얹어 먹는다. 새콤달콤 쌉싸름한 메밀싹 특유의 향에 이 집의 자랑인 볶음 된장과 들기름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개운하고 상큼한 맛을 만들어낸다는 게 단골들의 평가다. 한 그릇 6000원. 033-335-8805.

*** 허브 비빔밥

상큼한 향기를 자랑하는 허브 식물들도 비빔밥과 훌륭하게 어울린다. 주로 쓰이는 허브는 바질.레몬 버베나 같은 식물들이지만 계절에 따라 다양한 제철 허브가 쓰일 수 있다. 요즘엔 나스터춤.휀넬 등이 들어간다. 물론 허브 비빔밥이라고 해서 허브 식물이 주재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향이 강해 많이 넣을 수는 없기 때문. 그러나 소량을 깨끗이 씻어 잘게 썰어 고명처럼 얹어놨다 함께 비벼 먹으면, 다 먹은 뒤에도 잔향이 입 안을 맴돈다. 피부 미용이나 다이어트 등에도 좋다.

*** 꽃 비빔밥

봄 매화.제비꽃, 여름 데이지.패랭이꽃, 가을 구절초…. 이런 꽃들도 비빔밥의 좋은 재료가 된다. 농약을 치지 않고 기른 식용 꽃을 비빔밥에 넣어 먹는 '꽃 비빔밥'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허브처럼 꽃도 비빔밥의 주재료는 아니다. 그러나 향이 강하지 않은 데다 씹는 맛까지 있어 한 그릇에 5~6송이나 들어간다. 제비꽃처럼 크지 않은 꽃은 아예 수술째 들어가기도 한다. 꽃 비빔밥의 최대 장점은 시각적으로 입맛을 돋워준다는 것. 물론 꽃마다 독특한 향과 맛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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