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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사회공헌, 홍보수단 아닌 경영철학 핵심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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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국내 234개 기업의 사회공헌 실태를 분석해 보니 여기에 쓰는 돈만 2조8100억원이었다. 세전이익 대비 사회공헌 지출비율은 3.76%다. 이는 일본(1.77%, 경제단체연합회 331개사)보다 높은 수치다. 그런데도 본지와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가 공동으로 개발한 기업시민지수에서 한국(21위)은 일본(12위)에 뒤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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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이유와 관련해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미우라 히로키 교수는 “적은 돈을 쓰더라도 잘 쓰는 게 중요하다”며 “잘못을 저지른 오너의 사면성 이벤트로 사회공헌이 사용되는 경우도 많아 의미가 퇴색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이 돈을 쓰고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원인 중엔 선행으로 나쁜 일을 덮는다는 ‘녹색분칠(greenwash)’ 효과도 있다. 2006년 현대차 정몽구 회장은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자 1조원 사회 환원을 약속한 게 그런 사례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스토리닷이 2011~2014년 블로그나 트위터 등 SNS에서 언급된 대기업 연관어 빅데이터 480만여 건을 분석했더니 부정어(39.2%)가 긍정어(32.2%)보다 많았다. 스토리닷 유승찬 대표는 "이익의 3.76%를 사회공헌에 투자하고도 사람들의 생각에 남지 않은 것은 사회공헌 방식이 잘못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중앙대 정연앙 경영학과 교수는 “바이엘과 노바티스 같은 기업은 사회공헌을 홍보수단이 아닌 경영철학의 핵심으로 생각한다”며 “지역과 상생하는 것이 진정한 기업의 성공이란 걸 오랜 역사를 통해 체득했다”고 말했다. 기업 스스로 기업 시민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경영철학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성균관대 김정구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를 돈벌이가 아닌 동등한 시민으로 생각해야만 사회공헌의 진정성이 전달된다”며 “지역사회 삶의 질을 함께 높이자는 파트너십을 갖지 않으면 돈만 쓰고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이창민 경영학과 교수도 “사회공헌 현황이 기업 평가에 도움이 되도록 객관적 지표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며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기업윤리지수처럼 사회공헌과 기업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데 있어 발목을 잡곤 하는 반기업 정서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 고려대 이만우 경영학과 교수는 “사회 전반이 기업가를 너무 비난하는 풍조도 문제다. 기업이 잘한 것은 응원해 줘야 기업 시민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한국SR전략연구소 고대권 부소장은 “기업은 보고서 등을 통해 활동 내역을 투명하게 알리고 시민들은 공로를 인정해 주는 문화가 필요하다”며 “언론과 NGO 등에서 잘하는 기업들을 포상하고 북돋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윤석만·임지수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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