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격리 거부했던 40대 여성 메르스 확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걸린 한국인 환자가 네 명으로 늘었다. 최초 환자와 한 병실에 입원했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세 번째 환자(76)의 딸 김모씨다. 40대인 김씨는 확진 환자와 접촉해 격리 대상자로 분류된 의료진·가족 등 64명 가운데 한 명이다. 김씨는 아버지의 메르스 감염 사실이 확인되자 자신도 국가지정 격리시설로 보내달라고 요구했지만 보건당국이 이를 거부해 자신의 집에 머물러왔다. 김씨가 감염됐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취한 조치였다. 하지만 닷새 만에 김씨의 감염 사실이 확인되면서 질병관리본부의 방역 대책에 허점이 드러났다.

 질병관리본부는 “세 번째 환자를 간호했던 딸이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26일 밝혔다. 자가(自家) 격리 중이던 김씨는 전날 낮 12시쯤 38도가 넘는 고열과 두통, 기침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였다. 질병관리본부는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다”는 김씨의 신고를 받은 뒤 역학조사관을 보내 김씨의 증상을 확인하고 격리시설로 이송,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했다.

 세 번째 환자와 딸 김씨는 지난 16일 메르스 최초 환자와 같은 병실에서 4시간 정도 머물렀다. 세 번째 환자와 마찬가지로 김씨도 이때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국은 김씨의 아버지가 메르스에 감염된 사실을 지난 21일 확인하고도 곁에서 간호한 김씨를 자가 격리자로 분류했다. 하루 2~3번 전화로만 상태를 확인했다.

김씨는 자신이 감염됐을 경우 함께 살고 있는 남편과 딸에게도 병을 옮길까 걱정해 격리시설에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 김씨는 “38도 이상으로 열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미열과 두통이 있어 잠복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격리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러한 조치를 두고 논란이 제기되자 질병관리본부는 “김씨는 세 번째 환자가 증상이 나타나기 전인 잠복기에 간호를 해 감염 우려가 낮다. 메르스는 잠복기엔 바이러스 전파가 되지 않고 검사를 해도 감염 확인이 안 된다”고 해명했었다.

 아시아에서 메르스 2차 감염자가 발생한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메르스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확인된 이후 중동에서 주로 발생했다. 2~14일의 잠복기를 거쳐 38도 이상의 고열과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인다. 환자나 낙타와 접촉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질병통제청에 따르면 최근까지 23개국에서 총 1142명이 감염돼 465명이 숨져 치사율은 40.7%(16일 기준)다.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는 아직 없다. 열이 나면 해열제를 쓰고 호흡곤란이 오면 산소마스크 치료를 하는 등 환자 증상에 따른 대증 치료를 한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