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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폭으로 그친 민정당 지역구 공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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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정당은 19명의 현역의원교체로 지역구공천작업을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앞으로 공천자일괄발표때부분적인 추가교체가 예상되긴 하지만 30∼40명의 대폭교체를 예고하던 괴문서소동에 비하면 20%선을 약간 웃도는 19명의 교체는 현역우대의 소폭교체가 분명하다.
민정당이 소폭교체를 택한것은 결국 조직의 동요를 최소화하고 기존기반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총선거전략의 반영이다.
민정당은 소폭교체이유를창당공로와 지구당의 열성적관리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제5공화국출범당시 여러가지 현실적 어려움을 무릅쓰고 동참한데 대한 보상이며 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집권 후반기라는 중요한 시기를 대처해야하고 12대국회의 예상되는 제반정치상황을 앞두고 대폭수술이란 모험보다는 현실을 바탕으로 한 전두환총재의 친정체제의 강화에 더주안점을 둔결과라고 보아야할것이다.
실제로 19명의 새로운 지구당위원장중 신선감을 주는 신인의 등장은 거의없고 특히 전국구의원중에서 8명이나 발탁함으로써 당외보다는 당내정치수요를 소화한데도이런점은 잘 나타나고있다.
나머지 인사들도 그간 민정당과 직간접으로 인연을맺고 있었던 청와대비서진등의 공직자들이 대부분이다.
굳이 신인이라고 한다면 박준병(예비역대장·영동-옥천) 고건(전농수산장관·군산-옥구) 김상구(전호주대사·김천-상주) 김기배(구로공단이사장·서울구로) 박규식(당중앙위원·김포-부천) 전종천(전치안감·정읍-고창) 씨등이지만 이들의 발탁을 설명해줄 공약수적인 원칙은「충성」이나 지역구기반등 개별적인 요인외에는 다른 일반적인기준은 찾기 어렵다.
민정당은 청렴도라든가 능력·득표력등을 중요한 공천기준으로 제시했지만 그러한기준들이 이번 지구당위원장교체과정에서 일관성있게 적용됐다고 볼수없는 사례들이 많이 지적되고 있다.
지구당을 성실히 관리했는데도 강자가 등장하는 경우에는 밀려나야하고 위원장의 자질과 지역구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된 지역도 뚜렷한 대타자가 없을 경우에는 교체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원칙이 반드시 준수됐다고는 보기 어렵다.
이번 지구당 교체과정에서 당이 얼마만큼 주도권을 행사할수 있었느냐는 문제도 제기된다. 김상구 김기배 박규식씨등이 당의 의사와 상관없는 교체였다는 소문에대해 당은 강력히부인하고 있다.
김상구씨는 정휘동위원장을 교체한다는 원칙위에서 대안을 찾다보니 정씨의 사조직적 성격이 짙은 지구당을관리할 강력한 인물이 필요했다는 것이고, 박씨는 지역구사정이 월등하다는 정보가 발판이 됐다는 것이며 당전문위원이였단 김기배씨도 최명헌씨의 교체원칙이 선후에당이 발굴, 협의해서 기용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이 일부인사의 확정직전까지 단호하게 기용을 부인했던 사실로 미뤄 그「협의」가 반드시 당주도였다고 보기는 힘든 흔적을 남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허청일 당총재비서실장(서울동작) 이춘구 전내무차관(충주-제천-단양) 강창희총리비서실장(대전중) 은 현역지구당위원장의 강력한 반발로 어려운 입성과정을 거쳤다. 결국 이러한 지역은 앞으로의 정치상황에 대비하고 자체내에서 배려할 필요성이 있는 인물들의 전면 등장을 위해 교체가 이루어진 것이라고 봐야할것이다.
결국 이번 위원장교체는 집권후반기상황에서 지도력의지속적강화를 꾀하고 권력승계의 여건 또는 예비단계의 조성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당내외의 정치적 안정을 다져나가기위한 정치적 구상위에서 진행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새로 지구당위원장에 기용된 인사들중 육사출신이 박준병·이춘구·김상구·정순덕·허청일·강창희씨등 6명이고 청와대비서진을 역임했던 인물또한 정순덕·유흥수·우병규·김태호·허청일씨등 5명이나 된다는데서 12대에 이르러 국회와 당에대한 친정체제의 강화라는 구도를 읽어볼수 있다.
현재 지역구출신의원중 16명이 군인출신이나 이번 교체로 그 숫자는 19명으로 늘어나게되며 그중 육사출신이 15명이 된다.
또 그밖에 일부 취약지구출신 의원에 대한 직접적인 배려도 이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11대국회기간중 당을 주도했던 인물들과 함께 12대국회와 집권2기의 당을 주도하는 핵심세력을 형성할 것으로 볼수 있다. 그것은 또 새로운 정치세대의 등장이라고 해석할 측면도 있을것 같다.
일부 예상됐던 개혁주도세력이나 중량급인사의 기용이 이뤄지지 않은점은 주목할만하다.
이번 지구당위원장교체과정에서 민정당은 현역위원장의 자진사퇴를 받아내는「평화적교체」라는 우리 정당사상 선례가 없는 특이한 방식을 적용했다.
다가온 총선거를 앞두고 훈련된 공조직의 훼손을 최대한으로 줄인다는 의도에서 사용한 이방식은 몇몇 지구당이 상경데모를 하는등 강력한 반발을 함으로써 몇가지 문제점을 던져놓았다.
당초 민정당이 지방조직도 중앙당이 모두 관리하고 지역구의원은 일시적대표에 불과하다는 중앙당직접관리체제에서 위원장중심의 조직으로 조직방향을 일부 수정했었고 그 결과 중앙당보다는 의원장에 밀착된 조직이 중앙당의 의사에 반발하는 부작용을 낳았다고 할수 있다.
또 일부 지구에서 당조직과는 상관없이 공천을 노리고 지지기반을 닦았던 것도 일부분이나마 이번 교체에서 반영되는 결과를 빚어 앞으로 민정당의 공천경쟁이 지구당차원에서 벌어짐으로써 조직의 혼선을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게됐다.
이번 지구당위원장교체작업으로 민정당이 그리는 집권후반기의 정치구도의 힌트가 나왔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보다는 집권후반기에 어떤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일사불란하게 대처할수 있는 베이스캠프의 내부태세강화에 더 힘을 쏟은 인상이다. <김영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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