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O(Korea Liason Office)라는 이름의 이 부대는 1948년 한국정부 수립과 더불어 철군했던 미국의 극동군 사령부가 한반도에서의 정보 수집활동을 위해 조직해 운영했던 비정규 첩보조직이다. 한국군도 미국군도 아닌 국적불명의 이 부대는 군대와 무기는 떠나지만 눈과 귀는 남겨두고자 했던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의 신경세포 역할을 했다.
흔히 '켈로 부대'라고 불리던 이 부대는 한국전의 발발과 중공군의 참전 등 전쟁의 주요 고비를 정확히 파악해 그 성가를 높였다. 한국전쟁 발발 후엔 북한의 후방에 침투, 특수전 임무를 담당해 연합군 전력의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인천상륙작전 작전 때 팔미도 등대를 확보해 수백척 아군 전함에 안전한 뱃길을 알려준 전공으로도 유명하다.
이씨는 전쟁이 발발한 50년 부산에서 이 부대 요원인 친구 형의 권유로 합류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그는 뛰어난 영어 실력 덕분에 나이가 어린 데도 참모부서의 간부로 요원들의 침투 활동을 기획하고 지휘하는 일을 했었다. 53년 10월 이 부대가 해체되고 북에 남겨진 동료들을 구해오려는 비공식 활동이 계속된 55년까지 이 부대의 핵심요원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대변하는 데 이 짧은 경력이 이후 50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펴낸 'KLO의 한국전 비사'라는 책은 그 시절 기억을 되살린 것이다. 이씨는 이 책에서 그와 KLO부대 대장 중 하나였던 최규봉씨, 그리고 이 부대 요원들의 경험담을 정리했다. 최씨가 참가한 팔미도 작전을 비롯해 이 부대가 벌였던 작전들의 전말이 소개됐다.
"2000년 초였습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 요원이 술집에서 자신의 무용담을 떠벌인 것을 옆에 있던 할리우드 영화 기획자가 듣게 돼 그 이야기를 영화화하자고 제의했다고 합니다. 그 요원이 이런 사실을 한국에 전했고 최규봉 선생이 누군가 KLO의 역사를 제대로 전해줄 만한 책을 내야 한다고 권해 이 책을 쓰게 됐지요."
그는 약 4년 동안 옛 동료들의 증언과 자료를 모았다. 유명을 달리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 작업을 서둘렀다고 했다.
"KLO부대는 약 5000명의 대원이 있었다고 추정됩니다. 그 중 절반 이상이 임무를 위해 목숨을 바쳤습니다. 이 나라 이 체제가 이 같은 희생 위에서 이뤄졌다는 것을 요즘 세대들이 조금이라도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 KLO요원들의 바람입니다."
글=왕희수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