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한 기대와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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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새 총리 후보자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지명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사회 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아 새 한국을 만들고 정치 개혁을 이룰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과 폭로로 불거진 부정부패 파동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이완구 총리가 사퇴했으며 이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1차로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황 후보자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통해 나라의 기본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총리 후보자가 고강도 개혁을 ‘합창’함에 따라 성완종 사건 수사는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여야 대선자금이나 성 전 회장에 대한 노무현 정권의 특별사면도 범법 혐의가 드러나면 수사 대상이 될 것이다. 포스코 등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업 비리 수사와 대통령이 천명한 사면제도 개선 같은 정치 개혁도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부정부패 단속을 통한 국가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대통령과 총리 후보자의 국정노선은 문제 삼을 것이 없다. 성완종 사건에서 보듯 아직도 정치권과 재계에는 비정상적인 부패 스캔들이 적잖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2014년 국가청렴도 순위에서 한국은 175개국 중 43위에 머물렀다. 경제규모·정치민주화에 비해 턱없이 후진적인 것이다.

 그러나 국무총리의 조건과 임무라는 점에서 보면 황 후보자의 발탁은 여러 한계를 보인다. 부정부패 단속이라는 것은 정권과 시대 구별 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국가의 기본 업무다. 이런 일에 특정 시기에 특정한 무게를 거칠게 실으면 부작용이 크다. 전임 이 총리는 법무·안행부 장관을 배석시키고 카메라 앞에 서서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느닷없는 행동은 정권의 정치적 의도 또는 총리 개인의 포석이 담긴 과잉 행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한마디로 명분이 부족한 돌출 기획사정이라는 거였다. 우려대로 검찰은 과속했고 성 전 회장에 대한 별건 수사와 자살 폭로라는 교통사고가 터졌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국정을 총괄하는 자리다. 장관보다는 높은 위치에서 국정 전반을 조망해야 한다. 대정부질문 답변이 주요 업무인 만큼 야당과의 소통도 중요한 임무다. 그렇기 때문에 신임 총리에게는 도덕성·개혁성과 함께 국민 다수로부터 인정과 기대를 받을 수 있는 통합적 지도력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많았다.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개혁과제를 실현하는 데는 사정(司正)을 뛰어넘는 통합적 조정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정권의 ‘법률적 수요 ’라는 측면에서 황 후보자는 장관의 임무를 무난히 수행했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얻어 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가 업무를 지속하게 하고 총리는 다른 인물군(群)에서 선택할 수는 없었는지 묻고 싶다. 만약 국회 인준을 통과한다면 황 후보자는 대야(對野) 소통과 국민 통합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황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 후보 청문회 때 몇 가지 논란에 휩싸였다. 그는 1년5개월간 로펌에 근무하면서 약 16억원을 받았다. 한 달 평균 9300여만원이다. 전관예우라는 비정상 관행에 따른 것이라는 혐의가 짙다. 황 후보자는 두드러기 일종인 ‘만성 담마진’이라는 피부질환으로 제2국민역(5급)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이 문제가 국무총리에게 가지는 의미는 장관과는 다르다. 총리는 대통령 유고 시 대통령이 되는 자리다. 그가 총리가 되면 이 나라는 대통령과 총리 모두 군대 경험이 없는 상황이 된다.

 총리 청문회는 장관에 대한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 국회는 엄중히 묻고 후보자는 성실하고 치열하게 답변해 국민의 의구심을 최대한 해소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