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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학생 슈뢰더 "벤츠 태워주겠다"던 엄마와의 약속 끝내 지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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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44년생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나치군 병사였던 아버지가 그 해 루마니아 전선에서 전사한 뒤 편모 슬하에서 다른 4형제와 함께 어려운 성장기를 보냈다. 가족들을 위해 먹거리를 훔쳤고 집을 찾아온 빚쟁이들과 싸우기도 했다. 그는 야간학교를 다니며 공부에 매진한 끝에 명문 괴팅겐 대학에 진학했고 76년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어린 시절 홀어머니에게 “벤츠를 태워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총리가 된 뒤 지켰다.

17세때 사민당(SPD)에 가입한 슈뢰더는 젊은 시절 마르크스주의자를 자처했다. 그러나 연방 하원의원과 주 총리 등을 거치면서 사민당 내 온건파로 돌아섰다.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은 끝에 1998~2005년 제7대 독일 총리에 올랐다. 99년부터 5년간 당 대표도 지냈다.

요슈카 피셔 전 외무장관과 더불어 대표적인 '68세대'(68년 유럽을 휩쓴 학생운동) 정치인이다. 준수한 용모와 뛰어난 화술, 정확한 발음으로 유세장을 주름잡았다. '미디어 총리''언어의 연금술사''란 별명이 있다.

강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