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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12명의「박용구론」이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언제나 현역」인 음악평론가 박용구씨가 올해로 칠순을 맞았다. 한국 음악팬클럽은 이률 기념하여 곧 출간될 기관지『음악방』8호에서 특집으로 인간 박용구를다뤘다.
이강숙교수(서울대 음악평론) 가 쓴『박용구, 그 인간과 작품』을 비롯하여 12명의 쟁쟁한 현역 음악평론가 및 작곡가 등이 기고한 박용구론은 한국문화계에서는 유례가 없던 일이라 관심을 모은다. 작곡가 강석희씨는 헌정곡으로 칸타타『태양의 제전』을 썼다.
『연경과는 상관없이 끝까지 열러있는 사람, 역사와 사회를 문명비평적 시각에서 투시할 줄 아는 사람, 고정관념에는 생리적으로 사로잡혀지지 않는 사람, 우리나라의 비평계의 선구자역할을 한사람, 지금도 비평계의 핵심적 현역을 담당하고있는 사람, 지조로 말하면 순교자의 피를 물려받았다고 할 정도로 이른바 대쪽같은 사람…』
이상은 이강숙교수의 박용구론의 일부분이다.
『쏘, 홧?』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김영태씨(시인)는『그래서 어쨌단 말이냐?』고 자주 반문하면서 옳지 않는 것, 잘못된 것과는 타협하지 않고 대항하는 그의 날카로운 비판정신을 얘기하고 있다.
황병기씨(이대교수 국악)는『노인 박용구』를 통해 70나이에 너무 노인 같지 않은박씨의 육체적· 정신적 젊음에 찬사를 보내고있다.『사고 의욕 정열 감각 행위 그 모두가 젊은이처럼 싱싱하여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처럼 보인다』고 그는 쓰고 있다.
그밖에 여행 중에도 아침5시면 일어나 요가를 하고 체조와 철봉을 하며 철저히 자신을 관리하는 면, 목욕을 좋아해 하루에도 몇차례씩 욕실을 찾는등 개인적인 습관과 에피소드까지 세세히 소개되어 있다.
그밖에도 이유선씨의『박용구 소논』, 강석희씨의『붉』,최정호씨의『고원의 인생, 영원한 현역』, 한상자씨의『삶의 거울』, 김귀씨의『박용구의 비판정신』, 백병동씨의『첫 작곡 발표회때 첫 평문』, 이상만씨의『음악비평과박용구』, 이순열씨의『구정물과 샘물』, 한명희씨의 『난세의 예술계 조탁해온 한마리의 야학』이 담겨있다.
한편 박용구씨의 칠순을 맞아 강석희씨가 헌정한 교성곡 소프라노 바리톤 2개의 혼성합창단, 그리고 대편성 관현악을 위한 『태양의 제전』은 27일 잠실올림픽 스타디움 오픈축제에서 초연된다. 소프라노 곽신형 바리톤 박수길씨, 그리고 KBS교향악단이 연주한다.
14년 경북 풍기에서 출생한 박씨는 평양고보를 거쳐일본 음악학교를 졸업한 후 37년 일본 음악평논사에 입사해 평론을 시작했다.
한때 주권을 잃은 나라의 젊은이로 하르빈을 방랑했던 그는 해방후인 46년 중앙방송국에 근무하면서 첫평론집『음악파 현실』을 냈다. 당시 음악계 거물급인사를 가차없이 비판한 그의 책은 2판부터 당국에 의해 수거되었고, 49년 정치색이 짙은 예술인대회에의 참가가 강요되자 그는 유명한『나는 낙화암으로 간다』는 엽서를 집으로 띄우고 일본으로 밀항한다. 그가 오늘날까지 일본문화계에 폭넓은 친구·지인을 가진 것은 이 때문이다.
60년 귀국한 그는 반공법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 석방된 후 당시 창단된 가무단예그린의 단장을 맡았다. 그 후 늘 야에 있으면서 음악과 무용, 비평과 저술활동을 해온 그는『음악의 주변』등 10여권의 저서가 있고 오페라『춘향전』, 무용극『바리공주』, 희곡 등을 쓴 팔방미인.
『무엇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산 반생』이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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