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처우는 일의 한국인관 「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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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9월6일부터 8일에 걸쳐 일본을 방문한 전대통령일행이 무사히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게 된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일본 치안당국은 「세계에서 치안이 제일 좋은 나라」라는 체면을 걸고, 듣는바에 의하면 동경에서는 3일간 매일 2만3천명의 경관을 동원하여 어마어마한 경비진을 폈다고 한다.
그 때문에 대통령일행이 시민들속에 자유로 들어가 접촉하는데는 여러가지 제약을 받았다고 생각되나 양국간에 아직도 응어리지고있는 복잡한 관계를 고려한다면 그것도 불가피한 일이라 하겠다.
이번 일본 방문에서는 해결해야할 여러가지 현안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가령 무역역조를 시정할 문제, 첨단기술의 이전문제, 재일교포의 처우개선문제등이 그렇다.
나는 정치나 외교에 대하여 별로 아는 것이 없지만 일본의 외교, 특히 경제외교를 살펴보면 그들의 말과 태도는 매우 매끄럽고 부드럽지만 명분을 버리더라도 실리를 남에게 넘겨주는데는 아주 깐질기고 완고하다는 것을 느낀다. 아마 이것이 경제대국이 된 이유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자칫하면 실리를 버리더라도 명분을 따지는 한국인의 기질과는 아주 대조적이라 하겠다.
그러기에 무역역조나 기술이전문제등 경제적 이해가 상충되는 현안문제 해결이란 참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 예상되었다.
그러나 한국의 국가원수를 유사이래 처음으로 맞이하는 그들의 선물로서 재일교포 처우개선문제, 구체적으로는 외국인등록증을 경신할 때마다 의무화되고 있는 「지문압날」문제라든지 외국인등록증을 언제나 휴대해야하는 문제(가령 집근처 목욕탕에 가는데도 휴대해야한다)등은 어느정도 좋은 해결이 있지 않을까 하는 가냘픈 기대를 가진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경제적 이해관계에 있는 문제와는 달리 재일교포에 대한 일본정부의 정신적 자세에 달려있는 문제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다음은 당시 일본신문에 보도된 두 나라 법무장관의 회담요지다. (조일신문 9월8일자)
한국=『재일 한국인이 일본에 거주하게된 역사적 사정, 사회적 조건을 생각하면일본인과 같이 취급해야 할것이다. 외국인 등록법상의 지문압날과 외국인 등록증의 상시휴대에 대하여 개선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한일우호의 증진을 도모하고 상호이해를 깊이하기 위하여 특히 지문문제를 선처해달라.』
일본=『지문압날이나 외국인등록증의 상시휴대에 대해서는 외국인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하여 얼마전에 법개정을 하고 새로운 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제도는 재류외국인에 대한 공정한 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지문문제에 대해서는<한국측의>의견은 충분히 염두에 두겠으나 매우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이해해주면 아주 다행이다.』
여기서 일본법무상이 얼마전에 법개정을 하여 선심이나 쏜것같이 말한것은 작년초부터 종래 3년에 한번씩 등록증을 경신하던 것을 5년에 한번으로, 또 14세부터 등록증 휴대를 의무화하던 것을16세부터로 한것이다. 이것은 그들이 행정비를 절약하기 위한 조치였다.
여기서 상세히 거론할 여유는 없지만 지문압날이란 일본인의 경우에는 범죄자에게만 재발을 방지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것인데 재일교포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범죄자예비군으로 보는 차별적 조치다. 참고로 말하면 일본에는1백20여 나라의 외국인 77만6천명이 있는데 그중 85·5%를 차지하는 66만5천명이 한국인이다(1980년 현재). 따라서 재일외국인 문제란 곧 재일한국인 문제를 의미한다.
문제는 재일교포의 인권과 처우문제. 재일교포 스스로가 자체힘으로 일본정부를 상대로 하여 해결하는 것이 기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대통령일행이 시종일관 재일교포 문제룰 가장 중요한 현안문체의 하나라고 주장함으로써 한국정부에 대한 재일교포의 일체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굳어졌고 일본정부나 국민들도 이 문제를 무시하고 바다를 건너와 쉽사리 손잡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재일교포에 대한 일본정부의 자세는 그들의 한국인관의 축도라 하겠다. 그들의 그릇된 자세를 시정하기 위한 운동은 곧 한일간의 「새 시대」를 개척하기위안 하나의 정신적 바탕을 꾸려나가는 중요한 고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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