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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으로 쓰러진 韓·日 빅리거

중앙일보

입력

미국 메이저리그(MLB) 류현진(28·LA 다저스)이 결국 어깨 수술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올 시즌 시범경기에서 통증을 느껴 단 한 경기에도 등판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부상 부위와 수술 일정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심각할 경우 올 시즌을 통째로 날릴 수도 있다.

약속이나 한 듯 일본인 투수 다루빗슈 유(29·텍사스 레인저스)·다나카 마사히로(27·뉴욕 양키스)·이와쿠마 히사시(34·시애틀 매리너스)도 부상으로 마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난 시즌 52승을 합작한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MLB 투수 4명이 동시에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다.

다루빗슈가 스타트를 끊었다. 다르빗슈는 지난 3월 6일 캔자스시티와의 시범경기에서 1이닝을 던지면서 오른 팔 삼두근에 불편함을 느껴 마운드를 내려왔다. 정밀 검진 결과 팔꿈치 인대 손상 진단을 받았다. 결국 다르빗슈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재활에만 최소 1년이 걸리는 큰 부상이다.

지난 2012년 텍사스에 입단한 다루빗슈는 3년간 39승 25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다. 그러나 그는 일본에서 5년 연속 180이닝 이상을 던졌고, 미국 진출 이후에는 잔 부상을 달고 살면서도 첫 두 시즌 동안 401이닝을 던지다 무리가 왔다. 지난해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했고, 올해 수술로 시즌을 시작하지도 못하고 접게 됐다.

이와쿠마도 오른 어깨 뒷근육에 이상을 느껴 지난달 25일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그는 류현진과 비슷한 부위에 통증을 느끼고 있다. 재활을 거쳐 당초 이달 중순에는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지난 9일 공을 던진 뒤 여전히 통증을 호소하고 있어 복귀 일정이 불투명한 상태다. 30대의 나이에도 최근 3년간 524이닝을 던진 이와쿠마는 올 시즌 초반 직구 구속이 떨어지면서 3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6.61로 고전했다. 2012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한 이와쿠마는 2013년 14승 6패에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5승 9패 평균자책점 3.52를 찍으며 활약을 이어가다 암초를 만났다.

지난해 뉴욕 양키스에 입단한 다나카는 입단 첫 해부터 부상으로 고전했다. 전반기에만 12승 4패 평균자책점 2.51로 활약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7월 이후 오른 팔꿈치 통증에 시달렸고 후반기 2경기에 등판하는데 그쳤다. 수술 대신 주사요법으로 재활 치료를 한 다나카는 시즌 개막 후 4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2승 1패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복귀했지만, 지난달 29일 오른 손목 염증과 팔 염좌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시즌 전부터 팔꿈치에 무리를 주지 않는 방안을 연구하며 투구폼까지 수정했지만 팔꿈치가 아닌 다른 부위에서 탈이 났다. 다나카도 일본 라쿠텐에서 뛴 7년 동안 1315이닝을 던졌다.

이들의 부상은 한국과 일본의 학생 야구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의견이 많다. 성적 지상주의가 만연한 탓에 어린 선수들이 제대로 관리 받지 못하고 많은 이닝을 던지고 있지며 부상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에 대해 다루빗슈는 “고교야구 출전 등록선수를 18명에서 25명으로 늘리고 학년별로 투구수를 제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했다. 최고의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 자국 무대에서 너무 많은 이닝을 던진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미국 진출 자격을 얻기 위해 수년간 쉼없이 전력 투구를 해온 탓이다. 쓰러진 네 선수 모두 자국 무대에서 비교적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다 미국 진출 이후 부상에 시달렸다.

162경기를 치르는 MLB의 일정상 4일 휴식 후 선발 등판하면 것도 부상이 키운다는 지적이다. 다루빗슈는 지난해 올스타전 기자회견에서 "선수를 보호하고 싶다면 선발투수에게 적어도 5일 휴식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MLB에는 팔꿈치 수술을 받는 투수들이 점점 늘고 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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