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만에 끝난 "표절재판"|박홍씨 건축부문 대상 자격박탈…그 앞과 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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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표절시비로 미술계에 큰 파문을 일으켰던 81년 30회 봄국전 건축부문 대상 수상자 박홍씨 (44·중앙대건축미술과 교수)의 자격이 박탈됐다.
상금 (1백50만원) 도 회수하고 수상기록도 말소된다.
대학당국은 행정협의회를 열어 박씨의 사표를 받기로 했다.
사건이 터진지 불과 5일만에 이같이 명쾌한 결론이 내려진 배경은 무엇일까.
「표절재판」의 전말을 알아봤다.
81년 30회 국전 건축부문 대상 수상작인 박홍씨의 『아키토피아』가 일본대학생 매산정순씨의 졸업작품『건축정보센터』를 모방했다는 신문보도 (14일자)가 있자 당시 국전을 주관했던 문예진흥원은 즉각 회의를 소집, 대책을 논의했다.
14일 하오 3시 미국에 가는 심사의원 김중업씨의 의견부터 들었다. 『신문에 난 사진만 봐도 표절한 것 같다』고 엄중한 처벌을 주장하고 떠났다.
하오5시 당시 국전운영위원장이었던 서양화가 유경채씨 (서울대교수) 와 심사위원 송민구씨가 진흥원에 나와 사실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작가의 출석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오7시가 넘을 때까지 작가는 나타나지 않았다.
15일상오11시 건축가협회장 나상기씨 (홍익대교수) 가 문예진흥원에 나와 작가를 만나 작품 제작 경위를 들었다.
이래도 결론이 나지 않아 유경채·강명구 (당시국전건축부문운영위원)·김희춘(당시국전건축부문 운영위원)·나상기·송민구·김태식 (심사위원)씨등으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 17일하오4시 회의를 열고『박홍씨의 작품은 공간기능과 구조등 총체적으로 평가했을때 독자적인 연구가 인정되나, 모방했다는 작품과 비교 검토한 바에 따르면 조감도 외형의 유사점에 있어서 모방의 차이가 너무 근접하다는게 발견되었다. 위원회는 창작성을 가장 존중했던 국전의 역사와 신의를 감안한 끝에 박홍씨의 작품을 30회 봄국전 건축부문 대상의 자격을 무효화시킬것』 을 결정했다. 이 결정은 문공부에 보고된 후 18일 상오 발표되었다.
문예진흥원이 이같은 결론을 쉽게 내릴수 있었던 것은 우선 현집행부에 당시 국전을 관장한 사람이 한사람도 없어 불편하지 않게 사건을 객관적으로 볼수 있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가을 미술대전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어(19∼21일 심사, 22일 발표) 불똥이 튀지 않게 서두른 결과다.
사건이 터지자 중앙대도 즉각 박씨를 불러 사건경위를 조사했다. 박씨가 속해 있는 예술대학도 회의를 열고 대책을 숙의, 부산하게 움직였다.
「모방도 창작」이라는 표절 시비를 떠나서 대학의 명예와 학자적 양심을 물어 자진사퇴 형식으로 박씨의 표절문책을 끝냈다. <이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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