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의 실용주의 지속이 최대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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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낳은 정」「기른 정」의 갈등만큼이나 복잡했던 중공과 영국간의 홍콩협상이 2년간의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완전 타결됐다.
양국정부는 19일 그 동안 북경에서 회담을 벌여 온 양국대표들이 1997년 이후 중공의 홍콩 주권회복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본 협정문과 3개의 부속문서로 된 협정초안의 구체적인 문제들에 합의를 보았으며 이 초안이 현재 본국정부의 최종 검토를 받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협상이 마무리되었음을 확인했다.
아직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지난해 9월 중공의 고의관리가『84년9월까지 영국과 홍콩문제를 타결하지 못하는 경우 중공은 일방적으로 홍콩 주권회복조건을 발표하겠다』고 선언한 시한을 앞두고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양측은 충돌을 피해 순리를 택한 셈이다.
양국은 지난 82년 이후 22차례에 걸쳐 회담을 가져왔으나 여러 문제들에 이견을 나타냈었다.
홍콩의 시사주간지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는 19일 최신호에서 영·중공간의 협상이 돌파구를 찾게 된 것은 중공 측이 홍콩 주권을 인수한 후 선거를 통해 홍콩정부를 구성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보도, 중공 측도 양보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특히 중공은 그 동안 난제가 돼왔던 토지판매 및 임대권을 홍콩정 청에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홍콩주민이 소지하고있는 홍콩 정청 발행 여권의 정신과 중공군의 홍콩주둔에 관해 중공 측은 강경한 입장을 지킨 것으로 알려져 결국 중공측의 의도대로 홍콩귀속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홍콩의 운명은 판가름났으나 몇 가지 변수가 남아있다.
그것은 현재 중공을 이끌고 있는 등소평의 실용주의노선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는 점이다. 등을 비롯한 실용주의 파들은 중공의 경제현대화에 힘을 기울여 경제 특별 구 설치, 연안개발 등을 추진하면서 홍콩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과거 중공의 정치변혁을 수 차례 경험한바 있는 홍콩주민들은 이러한 중공의 개방정책이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일말의 불안감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이 같은 홍콩 주민들의 불안을 주시하고 있는 대만을 비롯한 동남아국가들은 홍콩의 자본을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있다.
중공과 적대관계에 있는 대만은 홍콩협상의 타결이 자신들을 더욱 불리한 입장으로 몰고 갈 것을 우려, 홍콩인의 대만 이주와 자본유치를 위한 분위기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정부나 민간 기업들도 홍콩의 장래를 눈여겨보며 진출방안을 재검토하고 있다.
우선 홍콩은 중공 대륙의 친구로서의 역할이 뚜렷해진 만큼 홍콩과의 경제교류를 늘려 앞으로 다가올 중공과의 교역에 대비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랭군사건이후 북한이 마카오를 거점으로 활동을 개시하고 있는 만큼 한국은 홍콩진출을 강화해 이에 맞서지 않으면 안될 입장이다. 또 중공이 홍콩 및 대만과의 문제 해결에 1국2체제 안을 제시하고 있어 이것이 실현될 경우 남북한 관계의 모델로 검토할 필요성도 없지 않다.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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