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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IS 재검토' 입맛따라 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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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뭐가 뭔지 모르겠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에 합의했으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합의 내용을 놓고 윤덕홍(尹德弘) 교육부총리와 전교조가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尹부총리는 지난 26일 합의 이후 '6개월 뒤 NEIS 재시행'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따라 했고 이에 대해 전교조는 "합의를 뒤집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발언도 문제를 꼬이게 하고 있다. 盧대통령은 28일 노사관계 유공자들을 만난 자리에서"(전교조 반발에 대해) 타협하지 말고 법대로 밀어붙이라고 지시했으나 대통령 지시가 먹히지 않았다"고 했다. 이는 결국 尹부총리의 'NEIS 재시행'발언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합의내용은 크게 나눠 세 가지. ▶교무.학사, 보건, 입.진학 3개 영역은 인권위 권고를 존중해 NEIS시행을 전면 재검토하고▶고3은 대학입시를 위해 올해에 한해 NEIS를 시행하되 고2 이하는 내년 2월까지 NEIS 이전 체제로 시행하며▶새 정보화위원회를 구성해 12월 31일까지 인권침해와 법률 보완 등 모든 검토를 끝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맥으로만 보면 검토 후 NEIS를 다시 시행하는 것인지,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으로 복귀하는 것인지가 분명치 않다. 尹부총리는 합의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올해 중 검토를 끝내고 결과를 시행에 옮길 것"이라고만 했다.

25일 밤에 있었던 막판 협상에서도 양측은 '전면 재검토'에는 합의했지만 '6개월 뒤 NEIS 재시행'은 어떤 형태로든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尹부총리는 협상과정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협상에 참석했던 전교조 차상철 사무처장은 30일 "협상 자리에서 CS로 가자고 못박은 것은 아니었지만 尹부총리나 청와대.민주당 인사 누구도 NEIS 재시행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협상과정에서 막후 역할을 했던 청와대 문재인 민정수석도 "3개 영역을 재검토하기로 한 당정의 안에 전교조가 동의해준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양측은'전면 재검토'에는 합의했지만 6개월 후 NEIS를 재시행할 것인지, 아니면 CS로 복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선 정부 발표를 'NEIS 폐기, CS 복귀'로 받아들였다. 尹부총리는 그러자 "NEIS를 포기한 것은 아니며 6개월간 유보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전교조는 "3개 영역 NEIS 시행 전면 재검토 합의는 'NEIS 폐기'를 의미하는 것이었다"며 "尹부총리가 이를 뒤집는 듯한 발언을 잇따라 하는 것은 합의를 파기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상 내용을 놓고 서로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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