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 사업가 '투잡스' … 중국에 인공심폐기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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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벤처기업인 뉴하트바이오의 원용순(47.사진) 대표는 요즘 신바람이 났다.

현재 순천향의대 부천병원 흉부외과장으로 일하며 사업가와 의사로서 1인2역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지난해 말 중국으로 첫 수출 물품을 보내 후련하다는 것이다.

원 대표가 중국에 수출한 제품은 '박동형 인공심폐기'이다. 심장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혈액을 전신으로 돌려 주는 일종의 펌프다.

서울대의대 의공학과 민병구 교수팀이 임상의학팀과 힘을 합쳐 2002년부터 4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것이다. 원 대표는 "기존의 미국및 유럽 제품과 달리 우리 제품은 심장의 움직임을 그대로 살린 박동형"이라고 강조했다.

비(非)박동형은 혈액을 시냇물 처럼 흘리기 때문에 잘 흐르는 곳과 흐르지 않는 혈관이 생길 수 있는 반면, 박동형은 규칙적으로 혈관에 압력을 가해 구석구석까지 혈액이 퍼질수 있도록해 그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할수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원대표는 "심장마비 환자의 경우 기존의 인공심폐기 생존률이 20% 이내인데 반해 생리적으로 자연스런 우리 제품을 활용하면 생존률을 50%로 끌어 올릴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제품에 대한 국내 시장의 반응이 신통치 않아 마음고생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10여군데 대학병원에서 시험용으로 가동하고 있지만 큰 호응은 얻지 못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구매대상 의료기기 품목에서 아예 빠졌다. 국산이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원대표는 중국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의 한해 심장수술 횟수는 6만건으로 국내보다 5배 가량 많다. 까탈스러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다행히 중국 의료진들은 박동형 인공심폐기의 성능을 인정해줬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2개 병원에서 총 2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고 흡족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21일 중국정부는 이 제품의 판매를 허가했다. 이번에 선적한 인공심폐기는 총 5대. 가격도 대당 5천만원으로 제값을 받았다.

원 대표는 "반응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어 내년에 40억원어치의 제품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며 "올해에는 유럽시장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 유럽의 한두군데 병원에서 임상 시험을 준비중이다. 2004년 미국 특허를 받아놨지 미국시장 진출은 좀 더 미룰 계획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공심폐기 시판허가 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준비해할 검증자료가 방대하고 비용도 적지 않게 들기 때문이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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