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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카페] '침묵의 음악, 안드레아 보첼리 자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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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음악, 안드레아 보첼리 자서전/이현경 옮김, 황금가지, 1만1천원

안드레아 보첼리(45.사진) 하면 매력적인 목소리를 지닌 시각 장애인 가수라는 사실쯤은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의 팬이 아니더라도 평소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이라면 사라 브라이트만과 함께 부른 '작별의 순간(Con Te Partiro)'이 출세작이라는 것도 안다.

보첼리의 자서전 '침묵의 음악'은 여기서 한걸음 나아가 그가 감수성이 예민한 성장기에 내면 갈등을 겪으면서도 키워온 꿈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포도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선천성 녹내장을 앓았다. 12세 때 축구 경기에 골키퍼로 출전한 그는 1대1일 상황에서 상대방 센터포워드가 찬 공에 오른쪽 눈을 맞고 시력을 잃었다.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승마.수영.스키.피아노를 배웠으며 법학박사 학위를 딴 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밤에는 카페에서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어릴 때부터 키워온 오페라 가수의 꿈이 실현된 것은 산레모 가요제 우승으로 음반사 기획담당의 눈에 띄면서부터다. 1994년에 데뷔한 후 '로만차' '꿈' '토스카나의 하늘' '센티멘토' '아리아' '성가곡' '라보엠' '토스카' 등의 밀리언 셀러를 발표해왔다.

이 책은 보첼리가 '파바로티 이후 가장 인기 있는 테너'로 우뚝 선 98년까지의 얘기를 아모스라는 가상의 주인공을 내세워 풀어내는 방식이다.

칸초네.크로스오버 가수를 거쳐 오페라 아리아집을 내면서 어릴 적 전설적인 명테너들의 음반을 들으면서 키워온 꿈을 실현시킨 힘이 어디에서 왔는지도 잘 말해준다.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 쓴 자서전 답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보다 미래에 대한 투자에 힘쓸 것▶자신을 믿고 희망을 버리지 말 것▶무엇보다 겸손할 것 등의 교훈을 담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시력을 완전히 잃었을 때 두려움과 절망의 눈물을 흘리는데 필요한 시간은 꼭 한시간뿐이었다.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데 일주일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서 모성애나 '섹스 심벌'의 이미지를 쉽게 느끼는 보첼리의 열렬한 팬들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내용이 신변잡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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