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한강물 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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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이 물에 떴다.
집중호우가 중부지방을 휩쓴 뒤 2일 한강의 범람은 서울을 수중도시로 만들면서 또다시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를 냈다.
졸지에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이 10여만명. 집과 가재도구를 버린채 맨몸으로 어린이와 노인들의 손을 잡고 사나운 물길을 헤치며 안전지대로 대피하는 시민들은 마치 전쟁터의 피난민 대열을 방불케 했고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시민들은 지붕 위에서, 어떤 이는 전주 꼭대기에서 애타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다.
특히 유수지 제방이 무너지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무릎까지 한강물이 넘어들어온 망원1, 2동과 합정ㆍ 서교동일대 주민 6만여명은 재해대책본부가 사전 예고도 없다가 갑작스런 대피 독촉을 하는 바람에 거의 맨몸으로 빠져나갔으며 『한강물이 넘어들어 오고있다』는 가두방송에 모두가 공포에 질려 앞다투어 대피하는 등 일대 소란을 빚었다.
재해대책븐부는 군ㆍ 경ㆍ 예비군ㆍ 민방위대원과 장비를 총동원, 공중과 지상에서 구조작업을 벌였으나 워낙 넓은 피해지역으로 구조작업은 3일 새벽까지 계속되었다.
한강상류지역의 댐 수문 개방으로 한강수위가 시시각각 높아지자 동부이촌동·여의도등 강변아파트 주민들은 불안과 초조에 떨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고 너도나도 비상식량을 준비하느라 아파트단지 주변 상가의 라면, 빵, 음료수가 일찌감치 동이 나기도 했다.

<이재민들 새우잠>
밤이 되면서 서울지방의 기온은 섭씨 18도로 급강하.
각급 학교 교실에 임시 수용된 이재민들은 적십자사 등에서 긴급 배정된 라면으로 허기를 채웠고 젖은 옷을 입은 채 한기를 참으며 새우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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