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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서 가슴 태우며 새우잠 - 서울 이재민 | 산사태 26곳 …속초는 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임시수용소 - 망원ㆍ합정ㆍ성산동 주민 2만여명이 수용된 홍익국교ㆍ홍익중고교ㆍ 성서중학교ㆍ 서교국교등 학교에는 교실마다 콩나물시루처럼 주민들이 들어찼고 미처 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재민들은 운동장 귀퉁이에 텐트를 치고 밤을 새웠다.
학교운동장에서는 헤어진 가족을 찾는 이름 부르는 소리가 밤새 그치지 않았고 학교방송실에도 가족을 찾는 주민들이 10여m씩 줄을 서 마치 전쟁난민수용소를 방불케했다.
3천여명이 수용된 성산동 성서중학교에는 교실, 교무실이 만원이 되자 복도나 계단에까지 이재민들이 돗자리를 깔고 앉았다.
이 학교 1층 복도에 자리잡은 오영미씨(32ㆍ 여·망원동 비둘기주택 1동)는 『취사도구도 못 가져온데다 급식도 불충분해 배가 고프고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불편하다』고 했다.

<6백 53mm 내려>
마치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했다. 연 이틀동안 6백 53. 9mm의 엄청난 폭우가 쏟아진 속초시는 문자 그대로「수도」 로 변했다.
뒤로 설악산과 앞이 동해로 둘러싸인 자연조건 때문에 속초 지방에는 예부터 바다의 습한 공기가 태백산맥에 부딪치면서 큰 비와 눈을 뿌려봤지만 1년 강우량의 절반가량이 단 이틀만에 쏟아지자 도시는 마치 풍랑속에 표류하는 돛단배처럼 정처없이 떠도는 듯 했다.
1일 하오 9시쯤 속초에 시간당 50mm의 폭우가 퍼붓자 모든 상가는 철수한 채 침묵이 흘렀고 이따금 소방차와 경찰 배차가 울리는 사이렌 소리만 적막을 깨뜨렸다.
2일 날이 새자 도시는 폐허로 변해 있었다.
저지대인 청학동 시장과 조양동일대는 완전히 물속에 잠겼고 대포동에서는 밤사이 무려 26차례의 산사태로 최현대씨 (40) 일가족 4명이 흙더미속에 묻히는 등 속초 시내에서만 사망 17명, 부상 14명에 재산피해액은 모두 23억 3천여만원에 이르렀다. 또 강릉과 설악동으로 통하는 모든 도로가 막혀 버렸다.
청학동 3통2반 이성호씨(2O) 는 「노아의 홍수」 가 연상돼 『비를 그치게 해달라』고 기도만 올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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