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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재의 원인을 생각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1일부터 서울·중부지방에 내린 집중호우로 1백20여명의 인명피해가 나고 16만명의 이재민을 내는 등 수백억원의 재산피해를 본 것은 우리의 국토가 천재지변에 얼마나 허약한 것인가를 새삼 일깨워 준다.
물론 큰비가 갑자기 내린 것이 이번 참화의 근본적인 원인이겠으나 이를 예상하고 대비하지 못한 우리의 인지에도 그 책임의 일단이 있다.
따라서 이번 재해를 계기로 어떠한 천재지변이 닥치더라도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근본적인 재해방지책을 세워야겠다.
먼저 한강댐의 홍수조절능력이 제고돼야겠다는 것이 첫번째 우리의 반성이다. 동양최대의 사력댐이라는 소양강댐은 저수능력 29억t, 홍수조절능력 5억t을 공칭하고. 있으나 평소 발전량의 극대화를 위해 댐에 많은 물을 저장하고 있어 과연 유사시에 위험 완충기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한강하류에서는 상류댐의 홍수조절 기능만 믿고 대책을 세문 결과예상외로 물이 넘치는 결과를 빚기 쉽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일기예보상의 호우주의보나 경보가 늦어져 댐의 수문조작이 실기할 경우 한강하류에는 보다 큰 위험이 닥치게 돼 있다.
둘째로 한강하류 저지대의 도시계획도 철저한 재검토의 대상이 된다. 이미 1925년 (을축년)과 1972년의 대홍수 때도 이들 한강변의 저지대는 침수피해를 당한바 있다. 당국은 그뒤 내수를 뽑아내는 펌프시설을 강화했다고 하나 이번처럼 사흘동안에 5백mm이상의 비가 내릴 때는 이것조차 무력하다는 점이 실증됐다. 특히 망원동 유수지 펌프의 파괴는 지나치게 안역한 판단 아래 안전 기준을 정한것은 아닐까.
세째로 서울시내의 피해를 더욱 늘린 것이 바로 하수도망의 불비다. 서울의 하수도 보급률은 68%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시내 전면적의 3분의1에 가까운 지역에는 아직도 적정 규모의 하수도관이 묻혀있지 않다는 얘기다.
도로 침수나 축대 붕괴, 산사태등은 바로 갑자기 불어난 물이 제갈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도시의 상부 구조를 떠받치고있는 하부 구조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천재지변은 항상 예상밖의 시기에, 예상외의 규모로 우리에게 밀어닥친다. 이에 대비하는 길은 공공시설물의 안전 기준을 현존 기준보다 훨씬 높여 구축해 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웬만한 비, 웬만한 지진에도 견딘다는 그 「웬만큼」의 기준이 훨씬 높아야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기술 수준도 이제 상당한 수준에 이른만큼 선진국처럼 사회 간접자본의 튼튼한 시설을 세울 때가 됐다.
이런 점에서 현재 진행중인 한강저수로계획도 철저한 재검토가 있어야한다.
이번 비로 가족이나 집을 잃은이재민들에게 온국민의 따뜻한 보살핌이 있기를 바란다.
아울러 즉각 복구에 나서서, 밤을 새워 피해를 줄이는데 최선을 다한 사람들의 일치된 노력을 격려해 마지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백년만의 천재지변이 닥쳐도 피해를 줄 일수 있는 튼튼한 국토건설계획과 도시계획에 성의를 모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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