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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신년기획중산층을되살리자] 中. 이래야 살아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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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문가들은 '편 가르기'정치도 중산층의 힘을 결집하기보다는 약화시켰다고 진단한다. 좌절한 중산층의 박탈감에 편승한 정부와 정치권의 '강남 때리기'도 중산층 복원에 도움이 안 됐다.

더 늦기 전에 교육.부동산.세금 정책부터 중산층 위주로 짜야 중산층이 살아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편 가르기 정치를 지양하자=참여정부 이후 정치권에선 '편 가르기'가 만연했다. 기득권층을 겨냥한 편 가르기는 여론을 자기 편으로 돌려놓는 데는 효과적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중산층마저 이념에 따라 분열시켰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이내영 교수는 "중산층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화하자 대안도 없이 '가진 자'를 공격하는 정치 공세가 기승을 부렸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편 가르기 정치는 지양돼야 하며, 이를 위해 여야를 떠나 중도 좌파와 중도 우파의 대연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중산층 대다수는 참여정부 2년 동안 이념 갈등에 신물이 났다. 어느 정당이든 이념.계층 갈등을 부추겨선 표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이 양대(지방자치단체장 및 대통령) 선거에서 확인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공교육을 살리자=한국의 공교육비 지출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7.1%(2005년 기준)로 일본(4.6%).독일(5.3%)은 물론 미국(7%)보다도 높다. 그러나 사교육 시장은 여전히 중산층 생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고려대 권대봉 교육대학원장은 "참여정부의 획일적 평준화 정책으로는 중산층의 교육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공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면 고소득층은 해외로 나갈 여력이 있지만 중산층 이하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교육의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올해 '공영형 혁신학교'를 도입해 공교육에도 자율성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를 제한적으로 도입하기보다 자립형 사립고와 경쟁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 늘리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공교육비를 더 올리더라도 사교육을 흡수해 주면 중산층의 부담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 시장원리 맞는 부동산 정책을=8.31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 소유자에 대한 과세 강화에만 치우쳤다는 지적이 많다. 투기 이익을 막는다는 취지로 주택 공급 역시 민영에서 공영으로 시장 흐름에 역행했다.

그러나 수요 억제책만으로는 늘어나는 중산층의 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를 잠재울 수 없다. 더욱이 공영 개발을 확대하면 건설사는 건축비를 줄이기 위해 블록을 찍듯 판에 박은 아파트를 대량 생산할 수밖에 없다. 과세 강화를 위한 8.31 대책이 입법화된 만큼 이제는 공급 대책으로 눈을 더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서강대 경제학과 김광두 교수는 "강남 재건축을 무조건 규제하는 것은 길이 막히니 지하철 공사를 하지 말라는 논리나 같다"며 "당장은 길이 막혀도 지하철이 개통되면 교통난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듯 재건축 규제도 풀어주면 얼마 동안 집값이 오를지 몰라도 공급이 이뤄지기 시작하면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생산적 복지 정책을=노동연구원 금재호 박사는 "복지 서비스로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빈곤층에 대한 지원은 경제 능력을 잃은 노인.장애인 등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일자리를 통해 자활하도록 유도하는 게 효과적인 복지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직업훈련과 전직교육 등의 확충이 시급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유경준 박사는 "네덜란드에선 비정규직이 40%에 달해도 불평이 없을 만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없다"며 "비정규직을 줄이는 데만 초점을 맞추기보다 차별을 없애면 주부 등 여성 인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과세 형평성 높이자=정부는 지난해 근로소득세를 1%포인트 낮추며 생색을 냈다. 그러나 1996년 이후 근소세를 매기는 과세표준 소득구간은 그대로 둠으로써 월급쟁이의 세금 부담은 물가가 오른 만큼 무거워졌다. 예컨대 10년 전 5000만원이나 지금 5000만원이나 같은 세금을 매긴다면 부담은 현재 월급쟁이가 훨씬 무겁게 진다. 물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율을 낮췄으니 부담이 줄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물가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오른 걸 감안하면 정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연세대 경제학과 김정식 교수는 "자영업자와 월급쟁이의 과세 형평성을 높이는 것도 올해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 특별취재팀=경제부 정경민 차장(팀장).김종윤.허귀식.김원배.김준술 기자,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정책사회부 정철근 기자, 산업부 윤창희 기자, 사건사회부 손해용 기자, 사진부 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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