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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마크 테토의 비정상의 눈

내가 '혁신 도우미'를 한국에서 시작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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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마크 테토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출연자

2011년 삼성전자는 애플을 꺾고 출하량 기준,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 업체가 되었다. 대부분의 글로벌 미디어들이 이 성과를 칭찬하는 데 집중했던 반면, 소수는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은 글로벌 선두주자이지만 과연 삼성이 혁신을 통해 산업을 이끄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 할 수 있을까?

4년후인 오늘날, 나는 삼성이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믿는다. 갤럭시 S6 엣지와 같은 삼성의 최신 스마트폰들을 보면 다른 회사들이 보여주지 못한 혁신이 담겨있다.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어떻게 하면 혁신을 문화로 만들 수 있을까.” 또한 “어떻게 하면 나는 혁신의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실리콘 밸리의 진정한 경쟁우위가 혁신 제품을 만드는 박사들과 엔지니어들의 높은 비율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리콘 밸리 성공의 비밀은 창의성이 공기 속까지 스며들어 있다는 데 있다. 혁신은 늘 축하받고 보상 받으며 사람들의 애정어린 관심을 받는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혁신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 이것이 실리콘 밸리 혁신의 문화다. 이러한 문화가 기업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혁신하고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도록 자극한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어떻게 혁신의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나는 우리 주변의 혁신과 혁신자들을 찾아 나서고 격려하는 데 답이 있다고 믿는다. ‘제품의 혁신’은 회사의 경계 안에서만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혁신의 문화’를 만드는 것은, 사회에서 혁신의 불씨를 찾고 그것을 더 큰 불꽃이 되도록 격려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나는 혁신의 문화를 만들고 싶어 1년 전 직업을 바꿨다. 그동안 혁신에 대한 갈망으로 가득한 모험적인 젊은 창업자들을 많이 만나왔다. 그리고 그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 열망을 현실화하는 투자와 멘토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나에게 ‘혁신이 발견되었을때 지원하는 것’은 ‘대기업의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그들에게 투자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나는 젊은 모험가들에게 단지 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혁신 과정의 힘든 시기를 그들이 이겨낼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하기 위해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이들을 돕는 새로운 일에 뛰어들었다.

우리 주변에서 혁신을 찾고 지원하는 것은 의외로 작고 일상적인 부분에서 시작된다. 나는 일부러 혁신적인 패션을 추구하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옷을 사입는다. 사무실 근처의 작은 디자인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들의 혁신을 지원하기도 한다. 지인 중에 최우람이라는 키네틱 조각을 만드는 예술가가 있는데 지인들을 그의 전시회에 데려가 영감을 주기도 한다. 또한 무술감독 정두홍이 혁신하고 창조해나가는 독특한 영화무술의 세계를 동경해 그의 영화를 친구들에게 추천한다. 젊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나 한국 전통 문화로부터 영감을 얻는 거리패션 브랜드인 이세의 전시장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내게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사무실로 돌아가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떠오르게 만든다. 젊은 혁신가들이 만들어가고 있는 변화는 혁신의 문화를 바꿔나갈 것이고, 혁신을 찾고 바라는 기업들에게도 영감을 줄 것이다.

작은 실천들이 차세대 스마트폰의 혁신에 즉각적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생겨난 혁신의 문화는 기업뿐 아니라 혁신적인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로 결국 스며들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의 미래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그리고 가장 쉬운 일은 이렇게 주위에 이미 존재하는 혁신들을 축하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마크 테토 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출연자

◇마크 테토=미국 뉴저지주 출신. 프린스턴대 화학과 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MBA. 모건스탠리와 삼성전자를 거쳐 한국에서 벤처투자가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