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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뉴’ 날뛰는 중국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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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2007년 10월 16일 최고점인 6092.06을 찍었다. ‘묻지마 투자’ 광풍이 몰아친 결과였다. 그해 5월에는 10초에 한 개꼴로 증권 계좌가 생겼다. 1년 뒤인 2008년 9월 16일 지수는 1895.84로 곤두박질쳤다. 대폭락이었다. 투자자는 큰 손해를 봤다.

 8년이 지났다. 중국 증시에 다시 ‘펑뉴(미친 소·강세장)’가 나타났다. 12일 상하이종합지수는 4401.22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11월 이후 79%나 올랐다. 돼지도 날아다니는 장세를 거쳐 코끼리도 날아다니는 장세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중국증권등기결산공사에 따르면 4월 마지막 주에만 295만 개의 주식 계좌가 새로 생겼다. 4월 말 현재 중국의 주식 계좌 수는 2억409만 개에 이른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 잔액도 지난달 28일 기준 1조8136억 위안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주식 거래 대금이 사상 최초로 1조 위안을 돌파하며 거래소 통계 시스템이 먹통 됐다.

 중국 증시에 몰린 돈의 80%는 개인투자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40~50대 아저씨·아줌마 투자자인 ‘다마’와 ‘다수(大叔)’부터 ‘샤오바이’(小白·초보투자자)까지 주식 시장을 기웃거린다.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바링허우(80後·1980년대생)와 주링허우(90後·90년대생)도 가세해 시장을 더욱 달구고 있다. 중국의 휴대전화 가입자는 5억6000만 명이다. 이 중 70%가 20~30대 가입자들이다. 스마트폰 주식 거래가 익숙한 젊은 세대는 대폭락을 경험하지 않아 겁 없이 사고팔기를 반복하고 있다.

 뜨거워도 너무 뜨거운 이런 증시 과열의 배후는 누구인가. 중국 정부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이후 기준금리를 세 차례 인하했다. 지급준비율도 2008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내렸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서다. 시중에는 자금이 흘러넘쳤다.

 외부의 돈줄도 풀었다. 홍콩과 상하이 증시의 교차매매를 허용한 후강퉁으로 외국인도 홍콩을 통해 상하이 증시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기업공개(IPO) 문턱도 낮췄다. ‘궈자뉴스(國家牛市·국가황소장·국가가 주도하는 상승장)’란 용어가 등장한 까닭이다.

 중국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한 판을 까는 이유는 여럿이다. 시중의 부동자금을 기업으로 돌려 기업의 금융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다. 중국의 온라인 경제매체인 시나 차이징(財經)은 “주식시장을 기업의 자금 조달 통로로 만들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요 확대도 주요 목적이다. 중국은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의 경제로 체질 개선 중이다. 이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경기 하강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 내수 확대는 더 어려워진다.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꺼낸 카드가 증시에 땔감을 듬뿍 넣는 것이다. 이미 부동산시장에서 투기자금이 빠져 주식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다.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 등 중국 정부의 대형 프로젝트가 앞으로도 주가를 밀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중국의 거시경제 정책에 따라 브레이크는 언제든지 걸릴 수 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은 주가가 빠지면 인민은행이 나서 불을 지르고 과열되면 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선풍기를 틀어 열기를 식히는 방식으로 시장을 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친 소를 ‘느린 소(慢牛·만뉴)’로 변화시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중국 증시에 대한 묻지마 투자는 위험하다. 전 소장은 “중국 증시에 투자할 때는 과욕 부리지 말고 적정 수익을 내면 빠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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