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설비 연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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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국내 산업의 낡은 설비, 구태의연한 공법은 하루 속히 민간의 투자와 정부의 지원으로 개편돼야한다. 설비와 공법의 현대화, 고도 첨단기술화 없이는 더 이상 국제경쟁에서 견뎌내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미일 등 선진공업국들은 지난 몇 년 사이에 벌써 노후설비(obsolete equipment)의 개체에 치열하고도 급진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향후에 기업이 살아 남느냐, 사라지고 마느냐의 열쇠는 설비가 얼마나 새롭고 효율적이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문제를 외면하거나 망각한다면 우리산업은 현재 수준의 기술·생산성·무역 격차를 좁혀나갈 가능성은 영영 멀어질뿐더러 끝내는 국내경제의 총체적 효율과 산업구조의 고도화조차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 부문에 관한 한 우리 경제는 일본산업계의 고도 기술화에 대한 끝없는 열망과 추구, 그리고 이같은 후발 일본의 추격에 자극받은 미국의 새로운 산업개편·설비현대화노력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들은 모두 높은 기술수준과 풍부한 자본, 방대한 최신 설비와 넒은 시장을 배경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공법, 새로운 설비를 도입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같은 최근 수년의 선진공업국투자추세는 현재의 경쟁뿐 아니라 미래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각축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의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놀랍게도 일본의 중소기업 중 40%가 넘는 업체들이 이른바 하이테크(첨단기술)화를 위한 설비투자를 실현했거나 추진 중에 있는 것을 밝히고 있다. 이들의 투자계획은 단순한 설비개체의 차원이 아닌 공장의 혁신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무처리를 컴퓨터화 한 사무자동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보편화돼 있고 이제는 공장과 공정의 자동화를 겨냥한 각종의 신기술, 예컨대 수치제어공작기나 머시닝센터, 로보트의 광범위한 활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같은 첨단적 공장자동화 현상은 고도기술 산업에서 이미 실용화되어왔고 국내에서도 일부 대기업에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지만 우리가 주목해야할 바는 외국의 경우 그것이 중소기업에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첨단산업 분야의 새로운 개척과 동시에 기존 산업의 신예화를 통해 끊임없이 고급화·생력화·신제품화를 이루어가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실정은 퍽 대조적이다. 산업설비 연령이 너무 노후하고 공정도 옛 그대로인 채 값싼 노동에 계속 의존함으로써 수출상품의 경쟁력은 거의 한계에 이르러 있다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주종상품인 섬유시설의 경우 50%이상이 사용연한 10년이 넘었고 일부 편기들은 15년 이상이 절반을 넘고 있다.
석유화학·전자·조선설비도 대부분 선진국의 그것에 비해 노후도가 심각한 지경에 와있다.
더우기 우려할만한 사실은 부문별국내산업 설비의 노후도에 대한 정확한 실태분석조차 안되어 있는 점이다. 정부와 민간단체가 합동으로 전면적인 산업설비 실태를 파악하고 설비의 현대화, 첨단기술화를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하루 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별상각의 폭넓은 허용과 신설비 투자에 대한 과감한 감세도 필요하나 무엇보다도 이같은 고도 설비투자를 지원하는 금융의 적극적인 역할이 가장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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