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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의 「고향」을 찾는다-고전문학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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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문학자들이 대거 국문학의 연고지를 찾아 나섰다.
남원의 집중연구-. 한국고전문학연구회(회장 황패강)가 처음으로 시도, 지난9∼11일 남원일대에서 벌인 이번 여름학술행사는 지역과 문학의 상관관계를 풀어보려는 의욕적인 노력이었다.
주제는「국문학과 남원」. 31여명의 학자들이 참가했다.
학자들은 먼저 남원일대 국문학의 연고지를 둘러봤다. 춘향이가 이도령과 헤어질 때 발을 뻗고 울었다는 버선발과 『춘향전』 의 배경을 이루는 광한루.
정유재란 당시 대격전지로, 포로들의 애환을 담은 소설『홍도전』『최척전』과 인연이 깊은 만인의총. 고려시대 대사찰로 김시습의 소설 『만복사 저포기』의 배경을 이루는 만복사터. 고려 말 이성계가 왜구를 쳐부순 곳으로 판소리의 발생지이기도 한 운봉 황산대첩비 등등.
이어 학자들은 연구발표와 토론에 들어갔다. 장소는 광한루경내 완월정. 모두가 남원과 관계된 국문학 연구였다.
최내옥교수 (한양대) 는 「국문학과 남원」을 발표했다.
설중환 (고려대), 김용덕 (한양대) 교수는 소설 『만복사 저포기』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춘향전』의 최초 본으로 추정되는「남원고사」 (이은희·이화여대), 그리고 소설 「최척전」 (강진옥·이화여대)과 남원지역 「구렁덩덩 신선비」(서대석·서울대) 에 대한 발표도 있었다.
최삼룡교수 (전북대)의「남원출신 이인연구」(화산처사권도) 에 이어「유자광(유영대·고려대)「강증산과 나철」(조동일·정문연) 에 대한 연구발표도 있었다. 우쾌제 (인천대) 김진영 (서울여대) 교수는『열녀전』의 열녀상과 이지역 출신 여류문장가 삼의당 김씨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권도·유자광·삼의당 연구는 이 지역 인물에 대한 발굴의 의미도 컸다.
최래옥교수 는『문학에서의 시대적·공간적 배경연구가 절실하다.』고 말하고『남원은 국문학사상 매우 중요한 지역이므로 남원에 대한 국문학적 연구는 다른 지역 연구의 선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어떤 작품이 「그 장소에서 그 시대에 그 지방사람들에 의해」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적인 이유를 밝혀보는 것이 학자들의 우선적인 관심사다.
학자들은 토론을 통해 남원지역이 ▲자기가치를 지키려는 의지(열)나 정신력 같은 관념의 덩어리가 다른 지역보다 짙은 흔적을 볼 수 있고 ▲전쟁과 시달림 등 심한 역사적 파동이 문학적 자극을 줬으며 ▲그 일대 지역문화의 센터로서 이질적인 문화요소들이 집산, 충돌효과를 일으켰다는 얘기들을 나눴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학자들은 『작품의 배경지역을 매개로 여러 작품들을 묶어보니 전에 간과하기 쉬웠던 요소들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 면서 이런 행사가 지방문화발전에도 자극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고전문학연구회는 1년에 두 번씩 이런 행사를 계획하고 있는데 다음 후보지로는 광주·부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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