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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게이트」…그후 10년 되살아난 「닉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74년 8월9일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렁직에서 사임했던「리처드·닉슨」전 미대통령(닉슨) 이 고통과 좌절을 극복하고 다시 매스컴과 대중앞에 등장했다.
사임 10년만에「닉슨」은 국내외 정치문제에 관한 노련한 해설가로서 또는 원로 정치인으로서,인기있는 연설가로서 대중속으로 복귀,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다.
정신적인 죽음의 문턱에까지 내몰았던 워터게이트의 악몽에서 탈출,재기한 것이다.
「닉슨」 으로선 지난 10년은 정신적·육체적 고통과의 투쟁 이었다. 사임 2개월후에 정맥염 수술을 받고 심장혈관충격으로 고생을 했다.
그는 심한 신경쇠약에 허덕 였으며 어느누구도 만나기를 거절했다.
도킹사건에 대해 사면을 받지 못하면「닉슨」은 자살 할지도 모른다고 까지「키신저」등 촉근은 우려했었다.
사면을 받았지만「닉슨」의 정신 건강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닉슨」 의 재기는 불가능한 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닉슨」 은 부인「패트」 여사와 딸들 로부터 도움을 받고 서서히 회복했다.
미대통령으로서 첫번째 방문했던 중공을 76년2월 4년만에 다시 찾아 은둔의 생활을 청산했다.
78년 회고록을 집필, 수백만달러를 벌어들인 인기 작가가 되었다. 옥스퍼드등 여러 대학에서 연설도 했다.『나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해변의 파도소리를 즐기고 골프도 치면서 멋진 삶을 보내겠다』면서 79년 재기의 선언을 한것이다.
1년뒤 대통령선거에서「레이건」의 비밀고문역할을 했으며 고「사다트」이집트 대통령의 장례식에 공식조문사절로 참석했다.
재기의 집념은 무서운 것이었다.코멘터리지 편집인「노먼·포드호레즈」는 『우리가「닉슨」이었다면 우린 죽었을 것』이라고 그의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했다.
대통령직 사임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다고 술회했던「닉슨」은 재기의 원동력이 어머니와 대학시절 미식축구코치의 훈계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축구코치는「닉슨」에게『녹다운이 돼서도 그라운드를 뛸수 있는 결의를 불어 넣어주었다』고 했다.
「닉슨」에게도 개인적으로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백악관시절 그에게 어울리지 않았던 제스처와 친절이 이제는 어느 정도 몸에 뱄다.「닉슨」은 최근 스미소니언 박물관이 주최한 어느 토론회에 참석, 「호루시초프」와의 중요한 회담내용은 녹음이 안 돼있고 내가 원치 않는것만 테이프에 담겨있다』고 워터게이트 사건을 빗대어 농담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닉슨」은 아직도 워터게이트 도킹사건에 관해 자신이 무죄임을 확신하고 있다. 불미스런 퇴임은 증거나 투표·여론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과거는 되돌아 보지 않고 미래만을 구상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닉슨」은 놀랍게 부활 했지만 완벽한 것은 못된다.
공직에 컴백하는 데는 아직 많은 장벽이 가로 놓여있다.
이달말의 공화당전당대회에 불참하겠다는 그의 결정은 환영을 받았다.
워터게이트가 미정치사에 던진충격은 쉽게 사라질수 없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승산이, 없더라도 완전한 재기를 위해「닉슨」은 집녑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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