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사종결…훈민정음 해례 상주본 행방은?

중앙일보

입력

경북 상주경찰서는 10일 지난 3월 발생한 국보급 '훈민정음 해례(解例) 상주본'(이하 상주본) 소유주가 사는 주택 화재 사건을 다음 주중 내사 종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방화가 아니라 전기 합선에 의한 화재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서다.

현장을 감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상주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배익기(52)씨의 형이 쓰는 작은방 전등을 최초 발화지점으로 지목했다. 전등 배선이 열에 녹아 내린 흔적이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국과수는 전기 합선에 의한 화재가 아니면 누군가 전등에 다가서 전선에 불을 지른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방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결론지었다. 불이 났을 당시 배 씨의 형은 안방에서 TV를 보고 있었고, 어머니는 집 인근 텃밭에 있었으며, 배익기씨는 외출한 상태여서다. 마을 주변 폐쇄회로TV(CCTV)에서도 외부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화재 원인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내사 종결 전 배씨 가족의 마지막 진술을 한차례 더 듣고 자체 내부 회의도 한번 더 열기로 했다. 경찰이 내사를 종결하더라도 상주본의 행방은 문화재청이 계속 찾는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한글을 만든 원리와 사용례를 상세하게 설명한 글이다. 종전에는 국보 7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간송미술관 소장본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배익기씨가 2008년 7월 집을 수리하느라 짐을 정리하던 중 훈민정음 해례본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일부가 공개됐다. 분석한 학자들은 간송본과 같이 찍은 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간송본에는 없는 훈민정음 연구자의 주석이 달려 있어 가치가 더 높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훈민정음 해례 상주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일각에선 가치가 수백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상주=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