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연내 FTA 본교섭 시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자유무역협정(FTA)체결을 위한 한국과 일본의 교섭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9일 "한.일 양국이 다음달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양국간 상호 관세장벽을 철폐하는 자유무역협정(FTA) 본교섭을 올해 안에 시작하기로 합의했다"며 "다음달 7일 양국 정상회담 후 발표할 공동성명에 구체적 교섭시기까지 제시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도 이날 "지금 문안을 놓고 논의 중이나 당초 일정보다 본교섭이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양국은 당초 예비교섭의 성격인 '산(産).관(官).학(學)연구회'의 결과를 담은 공동보고서를 내년 여름까지 정리한 뒤 본교섭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동안 한.일 산업계의 목소리를 조정하면서 양국간 FTA 교섭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물 밑에서 큰 역할을 해 온 세도 유조(瀨戶雄三.73.사진) 일.한경제협회 회장을 만나 전망을 들어봤다.

-양국간 FTA협상이 빨라진 이유는.

"미국이 나프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뿐 아니라 미주 대륙을 전체로 엮는 경제권을 구축하고 있으며 유럽도 이미 하나의 권역으로 뭉쳤다. 먼저 한국와 일본, 아시아 선진 2개국이 힘을 합해야 한다. 지금 뒤지면 아시아는 다른 경제권에 밀릴 수밖에 없다. 두 나라가 협력을 하게 되면 2억명에 가까운 인구에 국내총생산 규모가 5조달러에 이르는 경제권이 형성된다. 그렇게 되면 해외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는 FTA체결로 대일 무역적자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우려가 있는데.

"잘 알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1백47억달러의 대일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반도체 등 산업자원은 다 어디로 갔다고 보나. 휴대전화나 디지털가전제품에 들어가 제3국으로 수출됐고 일부는 일본으로 역수출됐다.

그 결과 한국은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보면 1백3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이제는 두 나라간의 무역이 적자냐 흑자냐를 따질 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시스템을 어떻게 엮어갈 것인가를 따지는 시대다. 이제부터의 경제는 국가차원이 아니라 경제권으로 승부가 난다."

-본교섭에서 예상되는 걸림돌은.

"그동안 한국이나 일본이 각기 FTA를 할 때마다 가장 큰 문제는 농업문제였다. 그런데 한.일 양국간에는 그런 문제가 없다. 일본의 대한(對韓)수입 내역을 보면 농수산물의 비중이 9.2%에 불과하다. 농수산물 중에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참치.소주.채소류의 순이다. 즉 쌀처럼 큰 문제가 없다. 한국도 농수산물이 일본으로부터의 총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그치고 있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할 때 양국간 본협상에서도 그다지 큰 걸림돌은 없을 것으로 낙관한다. 물론 양국 모두 특정 업종에서는 다소간의 피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에 얽매여 시간을 지체하다간 양국 모두 큰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