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론의 실상<2>민중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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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민중문학이라는 말이 문단에 거대한 뭉게구름으로 퍼져 일어난지는 오래되었다.
그러나 민중문학에 대한 개념정리를 뚜렷이 한 글이나 민중문학에 대한 토론은 그렇게 많지 않다.
민중문학을해야한다는 부위논적 주장이나 인식이 넓음에 비해포괄적 개념화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민중문학의 개념이 뚜렷해지기 어려웠던 것은 민중이라는 말의 내포가 워낙 광범했기 때문이다.
또앞으로의 민중개념의 확대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중문학은 노동문학·농촌문학·민족문학등 70년대문학의 많은 주류들과 연관을 가졌으며 80년대에 들어와 노동자·농민자신이 쓴 글을 수용하게 되었고 나아가서는 소시민문학의 일부까지 받아들일수 있다는 논의도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민중문학에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민중문학이란 말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70년대의 문학양상과 현재까지의 변화를 살퍼보는 것이 적절한 방법이 될수 있다.
문학평론가 염무웅씨는 『60년대말부터 소위 산업화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사회에는 계층간의 갈등이 심해졌으며 문학은 그것을 조명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고 지적했다.
농촌사회의 해체, 도시근로자의 증가와 그들의 아픔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 70년대였다.
전태일사건은 사회전반에 큰 충격을 주었고 문인들은 이들의 현실을 담아내고 그들의 생존권을 지지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문학은 이들을 민중으로 파악하기 시작했다.
시인 김정환씨는 『70년대이전의 문학은 몇몇의 예외를 빼고는 지식인 고민의 문학이었다. 가난을 말하더라도 개인적 체험의 수준을 넘지 못했다』고 말하고 70년대에 와서는 피할수 없이 노출된 문제들 때문에 사회의식이 문학속에 자리잡으면서 민중문학이 본격화되었다고 지적했다.
민중문학은 근로자·농민·도시변두리사람들과 광범위한 소외계층의 문제를 다루면서 전개되었다.
민중의 생존권확보와 그를 위한 민주화에 대한 염원이 담겼다.
민중의 삶의 현장에 보다 접근하여 작품을 쓰고자하는 노력이 생겨났다.
지식인인 작가들의 민중에 대한 접근은 근본적으로 일정한 간격이 주어지는 것이지만 민중현실에 대한 진실된 공감에 의해 그같은 간격이 줄어들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려고 애썼다.
시인 신경림씨는 『지식인은 민중속에 있어야한다. 민중속에서 그들의 목소리로 얘기하고 노래해야한다. 지식인은 독립된 계층이 아니다. 민중속에서 벗어날때 그들은 참다운 지식인의목소리를 잃고 퇴색한다』 고 말하기도 했다.
80년대에 들어와 민중문학은 민중에 대한 지식인의 이해를 통한 작품을 넘어서 근로자·농민들 자신이 쓴 글까지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실천문학」등 문학무크지는 이들의 글을 실었다.
문단에서는 그들의 글이 비록 문학적으로 완성되어 있지는 않더라도 기성문인의 글과는 다른 싱싱한 감동을 주고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양자의 상호보완의 필요성이 이야기되기도 했다.
이같은 평가는 기성문인들의 민중문학작품이 「민중을위한」계몽적인 성격을 띠면서 관념화된 현장을 이야기했다는 약점을 지녔다는데 대한 반성일수도 있다.
그것은 또 감동과 함께 주제를 전달하는 뛰어난 작품이 부족했다는 얘기도 된다.
민중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무수한 작품이 나오고 있다.
계층간의 갈등이 심한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당위이기 때문에 누구나 그것을 말하고자한다.
그러나 민중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모두가 뛰어난 민중문학이 될 수는 없다.
거대한 조류에 편승한 깊이 없는 작품도 있을 수 있다.
민중문학은 또 소재주의에 빠지기 쉽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곧 바로 소외계층을 이야기해야 계층간의 갈등이 극복된다고 말하는 것도 또 하나의 편견일수 있다.
소시민이나 지식인 계층을 이야기하면서도 이문제는 다루어질수 있다는 생각도 나오고 있다.
그렇더라도 민중문학은 이시대의 절실한 목소리를 담고 있다.
염무웅씨는 『사회의식을 마비시키고 환각속에 빠져들게 하는 대중문화의 범람과 이론이 정교해지고 비정치화하는 고급문학 사이에서 문학과 민중을 접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중문학은 또 문학이 지식인만의 것이 아니고 모두가 함께 향유하고 또 창조하는 형식을 추구하고 있음으로해서 민중문화라는 큰 테두리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줌으로써 그 중요성은 강조된다.
또 민중의 자기실현을 위해 제3세계와의 연관속에서 문학을 파악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시각이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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