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화들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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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코스피가 다시 ‘박스피’로 되돌아 가는가, 단기 조정에 불과한 건가. 지난달 14일 코스피 지수가 3년 8개월 만에 2100을 돌파하자 증권사들은 2200까지 질주할 것이란 전망을 일제히 내놓았다.

역대 최고치인 2228.96을 갈아치우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예측도 나왔다. 그러나 한 달도 되지 않은 7일 코스피는 다시 2100 아래로 떨어졌다. 시장의 분위기는 장밋빛에서 회색빛으로 가라앉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월은 한국 증시에 ‘잔인한 달’이었다는 푸념도 터져나왔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아직 낙관적이다. 본지가 이날 KDB대우·NH·신한·삼성·한국투자증권 등 5대 증권사(애널리스트 인원수 기준)의 리서치센터장에게 물어보니 네 명은 단기 조정 국면으로, 한 명은 박스권 회귀로 진단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센터장은 “2분기 중반부터 3분기까지 미국 금리 인상 논쟁으로 조정 국면이 예상된다”며 “4분기부터 상승 추세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센터장은 “올 연말까지 흐름으로 봤을 때는 단기 조정이지만 2분기에는 박스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에는 상승세가 재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안병국 KDB대우증권 센터장은 “이번 국면은 박스권 회귀로 보인다”며 “올 연말까지 1950~2200에서 오르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스피가 2100 이하로 떨어진 원인은 금리 상승과 코스닥 투자심리 위축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부총리 등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던 시장 금리가 반등했다”며 “저금리 효과에 따른 증시 강세 현상이 약해지고, 시장을 주도했던 증권 관련주가 최근 부진했던 점이 코스피 조정에 큰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센터장은 “원화 강세, 유가 상승, 금리 상승 같은 거시 변수와 함께 내츄럴엔도텍 사태에 따른 투자심리 약화가 조정의 빌미를 줬다”며 “추가 하락보다는 단기적으로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의 투자에선 거시 변수를 잘 지켜보라고 조언했다. 이준재 센터장은 “기존의 채권 투자, 배당 투자, 중소형 성장주 투자보다는 글로벌 경기 개선을 반영해 대형수출주와 경기민감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 하락세의 둔화로 순이자마진(NIM)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 업종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고 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센터장은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질수록 고평가된 종목에 대한 논쟁이 커질 것”이라며 “저평가 대형주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양기인 센터장은 “2050 이하에서는 추가 매수 전략을 짜야 한다”며 “본격적인 주식 비중 확대는 3분기 중후반 이후가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강병철·정선언 기자 bonger@joongang.co.kr 

◆박스피=코스피 지수가 박스 속에 갇힌 채 크게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은 것을 비유한 조어(박스+코스피)다. 2011년 5월 2228.96으로 고점을 찍은 코스피는 그해 8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1600까지 밀려났다. 이후 3년 넘게 미국·중국·유럽·일본 등 주요국 증시가 최고치를 경신할 때도 코스피는 1750~2100을 오가며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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