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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낵과 뱀고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런 경우 어떻게 생각해야 좋올까.
미국 권위지의 하나인 LA타임즈는 22일자 스포츠난에서 한국의올림픽 선수들이 뱀고기를 구와 먹었다는 기사를 3단크기로 실었다.
진상은 물론 그것이 아니었다.한국선수들이 구워 먹은 쥐포가 어이없게도 뱀고기로 둔갑했다.그사연이라니 맹람하기 짝이없다.
이상한(?) 냄새를 맡고달려온 미국경비원에게『스낵(snack)을 하고 있는중』 이라고 한말이 그만 스네이크(snake)로 전해졌다. 스낵과 스네이크는 비록 발음은 엇비슷해도 뜻은 간식과 뱀,이를테면 흑과 백이다.
문제는 스낵이라고 설명한 사람쪽 보다 그것을 스네이크로 알아들은 사람 목에 있다. 모르긴 몰라도 「인종적 편견」의 벽이 얼마나 두꺼운가를 빈감하게 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미국경비원의 잠재의식 속엔 「뱀을 먹는 한국사람」 의 의식이 도사리고 있었을것같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를 서슴지 않은 미국신문의 의식도 불쾌하다.전후를가릴 것도 없이 「경비원」 의 의식이나 「기자」 의 그것이나 매일반이라는 얘기다.
외국어의 미숙도 미숙이지만 그것은 생내적인 노력없이 극복할수없는 ,문제다. 가령 영어로 「플라워」라고 할때 그것이 「꽃」(flower)인지, 「밀가루」(flour)인지를 어떻게 분간한단 말인가. 풍속과 습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눈치에 의존할 도리 밖에 없다.
우리는 무슨 문제에 너무 열wnd해있읕 때 『머리를 좀 식히라』 고 말한다. 영어로 직역하면 『쿨 유어 헤드』 다. 그러나 미국사람이 이 말을 들으면 그가 열병이라도 앓고 있는줄 오해할 것이다. 그들은 『캄 다운』 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이런 실화가 있었다.
1977년12월 「카터」 미국대통령 (부시)이 폴란드를 방문했을때 그의 몇몇 연설은엉망이 되어버렸다.프리랜스통역사인 「세이무르」 라는 사람은 영어 단어에 집착한 나머지 폴란드어로 옮기면서 「소망」(desire)을 색욕(lust)으로,『위대한 인권 투쟁의 문서』를 『웃음거리 문서』 로 통역했다.
그러나 이런 「역사적 오역」도 언어 관습의차이 라는양해로 웃어넘길 수있었다.
물론 외교문제로 비약 하 지도 않았다.
「스낵」 과 「스네이크」의 경우 이와는 다르다. 스낵을 스네이크로 알아들은 미국인의 「색안경」 심리상태는 결코「양해사항」일수 없다.다행히 LA타임즈는 흑과 백을 가리는 해명기사를 냈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인 문제는 무릎과 무릎을 맞댄, 영어식으로 말하면 마음과 마음을 맞댄 이해가요구된다.시간과 성의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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