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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혜택 볼 수 있게 3월 인사에 맞춰 시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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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직급을 노력으로 가야지, 근무연수만 채우면 저절로 가는 게 옳은가."(기획예산처 김대기 재정운용기획관)

▶"박봉에 시달리면서 고생하는 경찰 하위직 공무원의 어려움을 덜어주자는 취지다."(열린우리당 최규식 의원)

▶"저도 5급만 13년 반을 했다. 이 법이 되면 일반직 6급에까지 파급이 간다."(김 기획관)

국회의 경찰공무원법 개정안 심사 과정에서 행정자치부와 기획예산처가 반대했는데도 일부 의원이 이를 묵살하고 법 통과를 밀어붙인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특히 경찰은 상급 기관인 행정자치부 장관이 법안 심의 전부터 반대 입장을 밝혔음에도 법 개정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내용은 11월 30일자 국회 행정자치위의 법안심사소위 속기록에 정리돼 있다.

속기록에 따르면 당시 기획예산처 김대기 기획관은 "법이 통과되면 시행 첫 해에 143억원, 2007년에 263억원 등 점점 늘어 5년 후에는 이 법 때문에 예산 부담이 570억원 늘어난다"며 "기획예산처 입장에선 반대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행정자치부 이창구 정부혁신본부조직혁신관도 "근속 연수만 채우면 자동 승진하는 방식은 실적주의와 성과주의를 지향하는 정부 방침과 상충된다"며 "교정.소방직 공무원들과의 형평성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조직혁신관은 "정부가 2007년 1월부터 총액인건비제를 시행하는 만큼 이 법 대신 총액 범위 내에서 경찰청장이 직급 조정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법안을 발의한 열린우리당 최규식.강창일 의원 등은 예산처와 행자부의 이 같은 주장을 "해당 부처 의견은 법안 심사에 참고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사실상 묵살했다. 해당 공무원들이 반대 의견을 계속 내자 이들을 회의장에서 내보낸 뒤 논의를 진행했다.

특히 열린우리당 노현송 의원이 "왜 사전에 행정자치부의 의견을 구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회의에 참석한 경찰청 홍영기 경무기획국장은 "의원입법이라서…. (행정자치부)장관께 보고는 했지만 타 부처와의 형평 때문에 곤란하다고 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경찰 측이 행정자치부의 반대를 피해 경찰공무원법 개정을 의원입법으로 추진했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 "법 시행도 경찰 인사에 맞춰 3월 1일로"=속기록에 따르면 법안을 발의한 최.강 의원은 시행 시기를 놓고 "경찰 인사가 2006년 3월 1일 있는 만큼 가급적 그때 혜택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경찰 요구를 들어주자"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이 "너무 경찰에 특혜적인 법안을 (처리)해서 부담이 된다. 경찰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줬고, 국민의 눈도 있고 하니 시행 시기는 6개월 정도 여유를 두자"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승희.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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