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모두 살릴 수 없어 선별지원형식 취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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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가 영양제와 메스를 동시에 들고 해외건설수술에 나섰다. 가망없는 것은 도려내는 대신 살릴 것은 과감히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해외건설은 해운·종합상사와 더불어 한국경제의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벌여놓은 일이 너무 많아 이를 쉽게 잘라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점점 더 빠져 들어가는, 그야말로 진퇴유곡의 상태인 것이다. 이 때문에 해외건설에 지보를 선 은행들은 끝없이 물려 들어가 밑 없는 독에 물 붓기식의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중동경기가 한창 좋을 때 쏟아져나가 쉽게 번 돈을 흥청거리며 써버렸는데 이제 경기가 죽자 대응책이 막연한 것이다. 돈은 많이 벌었다지만 막상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은 속이 비어있다. 남았다는 돈은 행방불명이고 빚만 남아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증에 시달리는 해외건설을 모른 체 할 수만도 없다. 그 파급 효과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국제수지 및 고용에 큰 타격을 줄뿐 아니라 보증을 선 은행들이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몇 년 전 신승기업 하나 쓰러지는데도 제일은행이 1천억원의 손해를 보아 한은특융으로 겨우 수습했다.
따라서 기왕 일을 저질러놓은 것이니 가장 부작용이 없게 수습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방향이다.
해외건설에 대해 손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사정이고 그렇다고 모든 업체를 다 살릴 수도 없으니 가망없는 것은 철수시키고 건실한 것은 지원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선별지원에 의해 소수정예주의로 해외건설업을 밀고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의 손해는 감수하고 더 이상 손해를 안보겠다는 생각이지만 문제는 그 손해를 감당할 돈이 어디서 나오느냐다.
해외건설업체 지원을 위해 은행들은 심한 자금압박을 받을 것이다. 한국은행의 지원없인 은행 스스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모든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현 단계로선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진흥대책을 내놓았는데 워낙 심각한 해외건설이니 만큼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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