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생각』…목청돋운 연작 2수의 종장 여운 감돌아|『잠을 설치며』…귀한 상상력 무리없는 짜임새 돋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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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고향 생각』-조상들이 터 잡아 대대로 누려 산 고장, 무엇보다도 자기가 나서 자란곳, 그 곳이 바로 고향이다. 갈수록 고향 잃는 사람들이 느는 요즘이고, 그럴수록 절실해지기만하는 고향 모습이며, 그 이미지를 실은 가락이라 할 것이다. 이 시조도 그 마음을 간추려서 나타낸 매우 차분한 노래다.
연작 2수를 살펴보면, 두개의 초·중장들은 누구나 느끼면서 갖는 고만고만한 생각(표현)이지만, 그것들을 받치면서 마무리된 두 종장은 사뭇 다르다. 평범한 상태로 돌아갈 소리들을 한 옥터브 더 뜻 돋우어 여운이 감돌도록 했다.
『잠을 설치며』와 『부면』은 잠못드는 마음의 나래가 각각 다른 세계로 간, 그 상상력을 내비쳤다. 한쪽 세계는, 앓는 잠이라는 이미지를 설정한 다음 다른 누리(세계)를 별빛살로 수놓는데, 그 한 올 한 올이 잠못드는 사람의 사념이라는 것. 그것을 한줌 하늘에다 뿌려버려, 그로부터 얻은 별빛살이라는것. 귀한 상상력이며 무리없는 짜임새다.
다른 한쪽은 과거로 돌아간 부면증. 바람이던 한 세월이었고, 그 돌이켜짐이 회오리로 감겨 잠 못드는 것이며, <구토에 휘청이며 쓰러지는 어둠의 키>라는 남다른 일면을 뽑도록 했다. 그러나 종장은 성급하게 이어졌고,<그 해안선>이라는 세계만으로는 너무 막연하다.
『신문을 받고 나서』--거꾸로 붙여진 우표, 그 같은 우편배달로 온 하루 늦은 신문,그 때문에 바랜 활자의 의미까지 잘 꿰뚫어 놓고도 마지막 한 대목이 몹시 궁했던 모양이다. 종장이 이렇게 예투로 돌아갈 일이 아니다. 마음속을 잘 뒤져보면 반드시 여기에 맞는 자기의 목소리가 있을 것이다.
『노래』-이 작자의 시조치고는 많이 부드러워졌다. 투고열성에 비해 늘 거칠었던 언어들이였는데, 그 모난 데를 스스로 깎아 낼 줄 알았나 보다. 아뭏든 시조는 말 다루기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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