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수도 아껴 쓰세요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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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 최악의 가뭄에 직면한 캘리포니아주, 물 아끼려 농지도 놀려야 할 판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사상 최악의 가뭄에 직면했다. 지자체·사업체· 주민에게 잔디를 내건성 식물로 교체하는 등의 대책을 강구해 물 소비량을 25% 감축하도록 했다. 이 같은 조치로 연간 5000억 갤런 안팎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이는 상당한 성과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주의 저수지 급수량이 1년 이내에 바닥날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왜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외형적인 조경사업에 집중할까? 농촌의 물 소비량이 도시 소비자의 4배에 육박한다. 캘리포니아주 카운티와 도시의 연간 물 소비량은 약 9.1 MAF(약 3조 갤런), 농업 분야는 34.6 MAF(약 10조 갤런)다. 고속도로 중앙분리대와 골프 코스에 그 많은 녹색 잔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는 어렵지만, 수자원 절약방안을 모색하면서 농업 분야만 완전히 빼는 건 합당하지 않은 듯하다.

주 당국이 물 소비량 의무감축을 농업에만 적용할 경우 농민이 6.6%만 소비량을 줄이면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주 당국은 왜 농민의 물 소비를 단속하지 않는 걸까? “농업은 이미 큰 타격을 받았다”고 브라운 주지사가 수자원 절약 정책을 발표하면서 말했다. 발표장소인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는 150여㎝의 적설이 있어야 할 곳에 마른 잔디가 돋아 있었다. 이미 많은 농민이 농지를 놀려야 했다. 지난해 개간하지 않은 토지가 1618㎢에 달했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내에서 단연 으뜸 가는 농업 생산 지역이다. 미국 내 과일·견과·채소 공급의 절반 가까이를 담당한다. 2013년 캘리포니아주 농가 수입은 460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물값 상승과 수확량 감소로 농민이 22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1만7100개의 일자리가 날아갔다고 캘리포니아대학(데이비스) 연구팀이 추산했다. “물 공급이 실제로 완전히 차단된 것은 샌 호아킨 밸리의 농민뿐이었다”고 웨스턴 영농인 연합의 데이브 풀리아가 NPR 방송에 말했다. “물 한 방울도 사용하지 않는 농민에게 어떻게 더 절약하라는 건지 알 수 없다.”

고통스럽겠지만 가뭄이 계속될 경우 농민에게도 의무감축이 적용될지 모른다.

글=조 슐렌저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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