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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졸 취업난…하반기도 "좁은 문"|졸업정원제로 희망자 부쩍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내년2월 대학졸업예정자들이 두드리게될 올 하반기 취직관문은 비좁을것 같다. 계속 경기가 나아져 큰 기업들은 신규채용 쪽을 다소 늘릴 계획으로 있다. 그러나 지난 81년부터 시행된 대학졸업정원제로 대학생수가 많이 늘어났고 내년은 졸업생이 사회로 더 많이 쏟아지는 첫해가 된다.
서강대의 경우 84년 2월에는 5백25명의 졸업생을 냈으나 내년에는 졸업생이 9백66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졸업생수가 84%나 불어나게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마찬가지 형편이어서 84년 2월 4년제 대학졸업생은 11만5천8백여명 이었으나 85년에는 3만∼4만명이 더 늘어날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기업의 신규 인력채용수가 다소 늘어난다 하더라도 경쟁자가 많아져 취업난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채용규모가 컸던 건설업계가 최근 2, 3년간▲해외수주의 부진▲부동산경기침체에 따른 국내 일감부족▲지하철2호선완공 후 수요격감등을 이유로 신규채용을 억제, 취업난이 가중될것으로 보인다. 또 은행도 지난해 대형금융사고 후유증과 경영수지의 악화등을 이유로 허리띠를 졸라매 매년11월초에 실시하던 금융단공채를 없애고 감량경영을 위해 신규행원채용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기구통폐합을 하고있는 은행까지 있는 형편이다.
해운업계 또한 장기적 불황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5월 60여개의 국적선보유 해운회사를 10여 개로 통폐합키로 하여 현재의 육상근무인력은 오히려 절반 가량 줄어들 전망이어서 신규인력의 수요는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꾸준히 경기를 누리는 전자계통은 늘어나는 고급기술인력의 수요에 대비, 관련기업에서 구인에 열을 쏟고있어 취업의 문이 넓고 전망이 밝은편.
또 외국합작제약회사의 신설 등으로 스카우트열풍이 일기도 했던 제약업계도 제약전문인력이 달려 약학전공자들의 제약회사취업은 수월할것 같다.
이외에도 특히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제2금융권·보험업·운수·창고·제지·인쇄·기계금속·목재·가구업에서 기술직의 수요가 지난해보다 약간 늘어날 전망.
삼성은 83년 하반기에 대졸자 2천4백명을 신규 채용했으나 올 하반기에는 2천7백명 선을 채용할계획이며, 현대그룹은 지난해 1천6백명에서 1천9백명으로, 대우그룹도 1천6백명에서 1천9백명선으로 신규채용을 늘릴 계획. 선경도 지난해 2백60명에서 3백명으로, 롯데도 2백명에서 2백50명으로 약간씩 늘려 잡고 있다.
지난해 1천5백명을 채용한 럭키금성은 올 하반기에도 1천5백명선을 유지할 계획이며, 2백명을 채용했던 한국화약그룹도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듯.
그러나 기아산업은 지난해 3백50명선에서 2백50명으로 대졸채용을 줄이는 대신 전문대졸 40명을 채용할 계획을 짜놓고 있다.
과거 취업이 힘들었던 전문대졸업자들의 취업문이 넓어진것은 정부차원의 건의를 대기업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결과로 볼수 있다. 실제 2년전부터 대기업에서 전문대졸신규채용을 시작, 올해는 삼성에서 3백50명을, 현대에서 8백명선을, 대우에서는 3백명 정도를 채용할 방침.
일부 대기업에서 대졸자의신규채용수가 약간 늘어나지만 사무직의 신규채용을 늘리기보다 기술직을 늘리기로 하고있어 유의해야될 것이다.
이처럼 올 하반기 취업전쟁은 그렇게 밝은것은 아니어서 대학원진학및 유학·공무원·교직진출이 늘어날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대학중에는 올 하반기 취업난을 벌써부터 우려, 취업위원회를 구성해 기업체의 간부를 초청, 특강을 열기도하고 취업알선교수협의회를 구성해 기업을 직접 찾아다니기도 하며 집단적으로 취직지도를 실시하는등 대비책을 세우고있는 경우가 많다.

<이춘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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