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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못내리는 충주댐 이주민 7천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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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충주 다목적댐의 물막이를 넉달앞두고 댐건걸로 물에 잠기는 남한강상류의1개시(충주)3개군 (중원·제원·단양) 2개읍(단양·매포) 1백1개리 주민들이 이주작업의마무리릍 서두르고 있다. 상전벽해의 변화에 밀려 조상대대로 정든 고향을 물속에묻고 떠나는 7천1백5가구3만8친여 실향이주민-.
일부는 보상금을 받아 도시로떠나기도 했고 수몰지구 아닌 상류에 새마을을 조성, 집단이주를 서두르는 동네도있다.
남한강상류 골짜기마다 널린 수몰지구 실향이주민의아픈 사연을 따라 물길을거슬렸다.

<한마을 집단이주>
「청풍명월」의 본고장인 충북제원군청권면읍리의 수몰이주민 1백4가구는 지난달말 집단이주를 끝냈다.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문전옥답을 뒤에두고 현재의 읍리에서 1km가량 떨어진 물태리로 삶의 터전을 옮긴것이다. 적전지의 폐허처럼 온마을이 깡그리 헐린 옛 읍리와 새 건물공사의 망치소리가 요란한 현재의 물태리. 두부락이 이루는 좋은 대조속에는 이주민들의 실향의 고통과 아픔이 남김없이 드러나고있다.
『군청의 성화에 밀려 이주를 서둘렀으나 신축예정인 가옥1백채중 완공된 집은 한채도 없어요. 30여가구는 아직도 공사비를 마련하지못해 아예 첫삽질조차 못대고있는실정입니다. 게다가 전기와 상수도시설이 되어있지않아 식수는 커녕 공사에 쓸 물마저돈주고 사서쓰는형편이지요.』
새집을 짓고있는 아들 최봉기씨 (56·청풍면물태리산205)를 도와 주섬주섬 벽돌을 나르던 최은복할아버지(84)는 『수세식변소시설을 해놓고도 물이 나오지않아 사용하지못하는것도 우습지만 인부구하기가 어려워 나같은 늙은이가 벽돌을 나르는것도 남보기 흉한일』 이라며 쓴웃음을지었다.
최씨의 집은 대지 1백18평에 40평짜리 슬라브집으로 방이 5칸, 난방은 연탄보일러식.
대지는 평당 2만7천원에 분양받아 2천2맥만원의 공사비를 쏟아붓고있다.
농토없이 읍리에서 전세를얻어 옷가게를 경영해왔던 최씨가 산업기지개발공사측으로부터 받은 영업권 보상비는4백만원. 나머지 공사비는 빚인 셈이다.

<산에서 천막생활>
같은 마을의 김장환씨(45·농업)는 인부를 구하지 못해자신이 직접집을 짓고있다.
『누가 일당 8천원을 받고 이런 오지에 들어오려고 합니까? 인부가 없어 공사가 중단된 집도 많아요』
대부분 슬라브집등 현대식주택으로 평당 공사비가 적어도 몇만원수준은 되어야 무리가 없는데 기껏 37만∼45만원선에서 청부업자와 계약을맺게 되니까 업자는 업자대로 계약을 꺼리고 자연히 임금을 적게 받게되는 인부들도 하루이틀 일하다가는 짐을 챙겨 돌아간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이제는 하루2만원을 준다고 해도 인부 구하기가 힘들다.
이때문에 집을 못지은 수물이주민들은 산등성이에 천막등을치고 생활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주장대로 이곳이 관광지로 빛을 보게되면 그나마다행이지만 그렇지못할 경우 우린 모두 빛만 걸머진 거지가 되는게지요. 이대로 밥술이나 먹고 살수있을지 걱정입니다.』
이 마을의 김성환씨 (41·농업)의 말.
실제로 이들 이주민들은 이주탓에 빚까지 걸머진 상태다.
1가구당 4백만∼8백만원의 국민주택자금을 융자받아 집도 짓고 당장의생계도 해결하고있는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능가하는 고통이 또있다.
실향의 아품-.

<학교가 울음바다>
숱한 사연과 수려한 경관, 값진 문화재, 피와 땀이 밴 농토가 물에 잠기는것도 아쉬운 일이지만 정든 고향을두고 생면부지의 낯선땅에 기약도 없이 떠나야하는 수몰이주민들의 심정을 누가알것인가.
청풍국교4년 장숙자양(12)은 『1천2백명이나되던 전체학우들이 2∼3년사이에 바짝 줄어들어 이제 2백명만남게되됐다』며 『밤낮으로 얼굴을 대하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학교를 떠날때마다 교실안은 온통 울음바다가 된다』고 말했다.
실향민의 안타까운 마음과는 달리 충주댐공사가 시작되자 서울등 대도시의 공동품 중간상들이 한바탕 이곳수몰지구를 휩쓸고 지나갔고 이어 수석가와 골재채취업자들이 줄을 이었으며 최근엔 충주등 인근 중소도시의 목재상들이 트럭을 몰고와 현지 이주민들에게 2만∼3만원의 「땔감값」을 지불하고 헐린 집에서 대들보등 쓸만한목재들을 거둬가고 있다.
실향의 아픔만을 따진다면 아랫동네에서 윗동네로집단 이주한 청풍면읍리의겅우는 그래도 한결 나은편이다.
충주댐 공사로 정든 고향을 등져야하는 1개시 3개군 2개읍 1백1개리의 7천1백5가구 3만8천여명의 28%만이 고향 근처에서 머물뿐 나머지는 모두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것이다.

<마지막 마늘농사>
『마지막 마늘농사를 끝으로 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긴 떠나야하는데 밑천이 짧아 아직도 정착할 곳을 못찾았어요』 50여년동안 땀을 쏟아온 마늘밭에서 「마지막 농사」 일을하던 정룡근씨 (63·농업·중원군흡미면신당리105) 의 걱정은 이제 실향의 아픔에 머물러있지 않다.
앞일을 생각하면 그저 막막하고 초조감이 앞서 고향을 떠나는 슬픔은 아예 뒷전에 밀리고 만다는 실토다. 대지 1백평에 20평남짓한 한옥 1채, 1천3백평의 농토를 지녔던 정씨가 지난해4월 지금받은 보상비는 1천만원.
낸지가 평당 6천원, 농토는 평당 3천원씩 쳤고 가옥보상비 3백만원과 이주비용등을 합한 금액이다.
『이돈으로 어느곳에 가서 지금까지와 같은 생활을 꾸려갈수 있겠읍니까. 대부분 수몰이주민들이 서울·경기도등에 흘러들어가 영세생활을 하고있다고 들립니다. 수도권 인구분산정책도 거꾸로 가고있는 셈이지요』
산업기지개발공사가 책정한 수몰지구보상비는 모두 1천4백21억원.
이가운데 1천3백27억원이 지불결정돼 그중98%인 1천2백94억원이 「충주댐 수물지구대책사무소」(소장 김남응) 를 통해 지급됐다. 보상대상은 토지(논밭포함)가 1천9백만평.
가옥등 건물이 2만1천9백41동, 사과나무등 유실수가 2백만그루, 무덤이 1만3천1백5기, 영업권이 1천6백건, 각급학교와 기관등 공공시설이 60건, 문화제 96건, 전신주6천2백주, 도로 90.3km, 철로 9.4km등이다.

<평당 보상6천원>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농토는 평당 2천∼6천원수준, 대지는 평당 평균 6천원선(새이주단지인 청풍면물태리의 평당분양가는 2만7천원선)이며 가옥보상비는1백만∼3백만원선.
또 가장비싼 유실과수인 대추나무(20년생 기준)는 한그루에 8만∼9만원의 보상비가 매겨졌고 가장 많이 열리는 15∼20년생 사과나무는 2만∼3만원.
따라서 주민들의 말처럼 1천만원 이상의 보상비를 받은 이주민은 극히 드문 평일수밖에없다.
『수몰민의 손에 쥔 보상비가 조상대대로 살아온 정든땅에서 쫓겨난 사랍들에게 얼마만큼의 현실성있는 위안이될지 의문스럽습니다』
그러나 산업기지 개발공사로부터 보상비지급을 위임받은 충북도청산하 「수몰지구대책사무소」 측의 입장은 조금다르다.
김남응소장은『현재의보상비 10배를 지급해도 만족하는 이주민은 아마 없을것』 이라며 『보상결정금액의98%가 이미 지급되었다는 사실은 주민들도 납득하고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된다』 고했다.

<홍수 조절등 이득>
지난 78년6월착공, 충주시종민동과 중원군동량면조동리를 잇는 높이97.5m, 길이 4백64m의 충주다목적댐.
현재 전체공정 진척은 69.3%(본댐공사는 97%).
11월의 담수개시에 이어 오는85년12월 완공되면 매년 33억8천만t의 농·공업용수가 해결되고 연간 8억4천만kw의 전력을 생산, 3백50억원어치의 석유 1백만드렴이 절감된다.
여기에 한항하구의염해방지와 홍수조절, 내륙관광권 형성의 이득도 보태진다.
우리나라 중부내륙지방의지도를 바꾸는 충주댐 건설이 민족 반영의 원동력이 되는 대역사임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으나 멀지않아 울릴 거창한 팡파르의 뒤편에는 이제 거의 모든 행정조치가 끝난것으로 치부되는 가난한 수몰이주민의 뼈아픈 「고향 이별가」가 어두운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는것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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