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기회 못 잡는 문재인…"문제는 배제의 리더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재·보선 참패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국회에 나온 문재인 대표. 김상선 기자

문재인은 리더인가.

4·29 재·보선이 야권에 던진 질문이다. 0대4라는 드러난 빙산의 일각 밑엔 더 참담한 결과가 깔려 있다. 10%포인트 이상의 차이를 보인 완패였다. 광주, 서울 관악, 성남 중원과 같은 오래된 텃밭을 모조리 뺏겼다. 성완종 리스트, 이완구 거짓말, 박근혜 대통령의 ‘유체이탈’ 화법 등 널린 호재를 전혀 잡지 못했다.

패배의 중심에 선 이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다. 그는 선거 이튿날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에 면죄부를 준 게 아니다"고 쏘아붙였다. "강력하고 단호하게 맞서 싸우겠다"고도 했다. 자신을 향한 말은 "부족했다"란 표현뿐이었다.

3년 전에도 이길 수 있는 대선에서 졌던 그였다. 이번엔 "이기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당 대표가 되고 맞이한 첫 승부였지만 또 패했다. 결과가 주는 직접적 충격보다 그의 리더십을 두고 피어오르는 유권자들의 의구심이 더 큰 타격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문재인 리더십은 배제의 리더십"이라고 요약한다. 넓게 보면 야당 분열의 책임이 문 대표에게 있다는 지적이다.

문 대표의 비극은 천정배·정동영 전 장관의 탈당 때부터 예고됐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둘이 나간다는 낌새를 얼마나 피웠나. 그런데 문 대표가 한 번밖에 만나주지 않았다. '최고위원 자리 하나쯤은 둘에게 줘야 한다'는 의견도 묵살했다. 만약 문 대표가 천정배에게 '성남 중원 공천할 테니 당에 있어 달라'고 했으면 나갈 명분이 있었겠나"고 반문했다.

당내 경선 과정은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서울 관악을의 경우 지역 터줏대감은 호남향우회를 업은 김희철 후보였다. 하지만 모바일 투표 비중을 높인 새 경선 방식으로 그는 0.6%포인트차로 고배를 마셨고, 승자는 '친노' 정태호 후보였다. 김 후보가 "탈당은 하지 않겠지만, 친노도 절대 돕지 않겠다"며 반발해도 문 대표는 수수방관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박근혜 대통령보다 문 대표가 더 불통"이라고 했다.

유세전에서도 삐걱거렸다.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동교동계는 뒷짐 진 모양새였고, 김부겸·박영선·정세균 등 당의 간판은 좀체 보이지 않았다. 문재인 원맨쇼였다. 그러면서도 불만은 불만대로 샀다. 김한길 의원 측 한 참모는 "이번에 김 의원은 광주만 빼고 다 돌았다. 그래도 당 대표실에선 '지원유세 안 한다'고 하더라. 작년 7·30 재·보선 때 문 대표는 단 한 번도 지원유세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새누리당에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서울 관악을 선대위원장을 맡고, 김무성 대표의 잠재적 라이벌일 수 있는 김문수·나경원 등이 총출동했다.

이제 '친노'에 대한 반감은 슬슬 임계점에 다다른 양상이다. "친노 수장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지 못하면 집권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노회찬 전 의원)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선학태 전남대 명예교수는 "친노 피로감이 호남엔 만연하다"고 전했다.

당사자인 문 대표는 친노 패권주의를 부인한다. "친노 자체가 없다"란 입장이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행정학)는 "문재인이 대표에서 물러나면 친노도 와해되지 않겠는가. 문재인 체제 수성에 친노들이 더욱 목을 맬 것"이라고 말했다.

최민우·이충형 기자 minw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