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창호·이세돌·최철한·박영훈 '반상의 제왕' 4파전 박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2005년 최우수기사(MVP)는 누구일까. 한국의 MVP는 당연히 세계의 MVP가 된다. 그런데 올해는 누가 MVP가 될지 기자단 투표를 해보기 전까지는 짐작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후보는 이창호 9단, 이세돌 9단, 최철한 9단, 박영훈 9단 등 4명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창호의 전력이 솟아 보였지만 불과 1년 사이 네 명의 간격은 육안으론 판별할 수 없을 정도로 좁아졌다. '신 사천왕'이라 불리는 이들 네 명은 서로 물고 물리며 그야말로 용호상박의 접전을 펼쳤다.

2005년의 첫 업적은 이세돌 9단이 이뤘다. 1월 8일 중국의 창하오(常昊) 9단을 2 대 1로 꺾으며 도요타 덴소배 우승컵을 따낸 것이다. 곧이어 박영훈 9단도 중환배 세계대회에서 왕리청(王立誠)을 꺾고 우승한다.

2월에 접어들어 최철한 9단이 국수전 결승에서 이창호 9단을 3 대 0으로 완파한다. 그러나 이창호는 직후 열린 농심신라면배 국가대항전에서 막판 5연승을 거두며 위기에 빠졌던 한국팀을 우승으로 이끈다. 감동적인 드라마였고 이창호의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사건이었다.

3월에 최철한은 바둑 올림픽이라는 응씨배 결승전에서 창하오에게 1 대 3으로 패배한다. 반면 이창호는 중국의 저우허양(周鶴洋)을 꺾고 춘란배 세계대회 우승컵을 차지한다. 5월에 박영훈이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비씨카드배 신인왕전에서 우승하더니 기성전에서 최철한을 3 대 2로 꺾고 우승한다.

7월에 이세돌은 최철한을 격파하고 후지쓰배 세계대회에서 우승해 메이저 대회 2관왕이 된다. 이창호도 최철한을 2 대 0으로 꺾고 전자랜드배에서 우승한다. 이창호는 곧이어 무명 돌풍을 일으킨 옥득진 2단을 3 대 1로 누르고 왕위전 우승컵을 추가한다.

8월에 최철한 9단이 이세돌 9단에게 설욕전을 펼치며 중환배 세계대회에서 우승한다. 10월에는 박영훈이 이창호를 2 대 0으로 꺾고 물가정보배에서 우승하고, 이창호도 유창혁을 누르고 KBS바둑왕전에서 우승한다. 11월엔 박영훈이 영남일보배에서 우승했다.

12월엔 최철한이 이창호를 격파하고 GS칼텍스배 우승컵을 따낸다. 이창호는 삼성화재배 결승에 진출하고, 박영훈은 2005 한국리그에서 주장전 9연승의 신화를 쓰며 소속팀 신성건설을 우승으로 이끈다.

◆ 농심배 5연승 이창호=이창호 9단은 농심배 5연승이 감동적이었고 강한 추격자들 속에서도 국내 3관왕과 국제대회 우승 1회를 기록했다. 세계 최강자의 이미지는 많이 엷어졌지만 고비에서는 꼭 승리함으로써 여전히 제왕의 면모를 보여줬다. 한국 기사 중 최초로 10억원을 넘겼던 이창호의 올해 상금은 5억600만원으로 3위.

◆ 랭킹 1위 이세돌=이세돌 9단은 국제대회 2관왕으로 상금에선 1위다(6억1900만원). 국내 랭킹에서도 이창호를 추월하며 1위에 올라섰다. 승률도 1위(74.68%). 약점은 국내대회 우승이 9단만 출전하는 맥심배 하나고 특히 하반기 이후 성적이 급격히 떨어져 초반의 강렬한 인상이 많이 퇴색한 것.

◆ 최다승 최철한=최철한 9단은 메이저 대회에서 잇따라 준우승에 그쳤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국내대회 두 번의 우승이 이창호를 상대로 한 것이고 국제대회 우승은 이세돌을 이긴 것이다. 누구보다 많이 결승에 올라갔고 누구보다 많이 이겨 2005년 최다승(66승)이 확정적이다. 상금은 5억1800만원으로 2위.

◆ 속기 최강 박영훈=박영훈 9단을 보면 시작은 미미했으나 나중은 누구보다 창대했다. 다섯 번의 결승전(국내 네 번, 세계 한 번)에 올라가 모두 우승했고, 특히 천적인 이창호의 벽을 넘어선 것이 의미가 크다. 속기전인 2005 한국리그에서 주장전 9연승을 거두며 한 해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한 것이 시기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상금은 2억8700만원으로 4위.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