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에겐 이건희같은 인물이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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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왜 우리 전자업계에는 이건희(얼굴)가 없는 것일까."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발행하는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가 소개한 일본 전자업계의 '한탄'이다.

이 잡지는 '일본 전자기업의 위기'라는 특집기사에서 "지적재산권과 디자인, 마케팅 등 각 지표에서 삼성은 세계 톱 클라스로 계속 성장하고 있으며 삼성의 뒷모습은 날로 멀어지고 있다"면서 이같은 자조섞인 질문이 업계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 전자업계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훌륭한 경영 리더가 없다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 이 기사의 요지다. 기사는 "창업 2세인 이건희 회장이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의 연간 순이익은 1조엔을 돌파해 일본 7대 전자기업의 총순익보다 배나 많다"면서 "이는 삼성의 반도체.휴대전화.LCD 분야에 집중투자하고 세계 각지의 연구.기술 인력을 대량으로 영입한 것이 주효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최근 일본 경영 컨설턴트 기타오카 도시아키(北岡俊明)씨와 토론 모임인 '디베이트연구협회'가 펴낸 '세계 최강기업 삼성이 두렵다'라는 책은 이 회장을 아예 '천재적 경영자'로 격찬했다. 삼성의 경쟁력을 소개한 이 책은 이 회장을 '독창적인 전략과 아이디어 구상에 몰두하는 경영자'로 소개하면서 "일본의 사장들은 여러가지 행사로 바쁘기만 하고 정작 장기적인 전략 때문에 고심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일본 언론과 업계가 자기 비하에 가까운 어조로 삼성을 격찬하는 데 대해 삼성 관계자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되며, 오히려 삼성을 꺾겠다는 무서운 투지가 자리잡고 있음을 인식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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