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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안 立法 곳곳 복병] 노동계·재계 모두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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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연금발전위원회가 다수안으로 제시한 연금개선안은 재정 안정과 가입자 부담 최소화라는 상반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비교적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혜택(연금수령액)은 줄어드는 반면 부담(보험료)은 늘어남에 따라 노동계의 반발이 만만찮아 법 시행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그동안 미뤄왔던 국민연금을 손질하기로 한 것은 지금처럼 돈은 적게 내고 연금은 많이 받는 '저부담 고급여'체제로 가면 기금 고갈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현행 제도(보험료 9%, 소득대체율 60%)를 계속 운영하면 급격한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 등으로 인해 2047년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2050년부터 수지가 크게 악화되고 2070년에는 적자가 1천15조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위원회안(案)대로 가면 그동안 연금제도 정착에 최대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2047년 연금기금 고갈'이라는 과제가 2070년 후로 20년 이상 늦춰져 재정 안정의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결국 잘못된 설계를 바로잡아'적정 부담, 적정 급여'로 가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그러나 향후 법안 통과까지 정치적인 고려가 개입하면서 위원회 안이 변질될 우려도 없지 않다. 1998년 국민연금법을 바꿀 때 전문가들은 소득대체율을 70%에서 50%로 낮추자고 했는데 정부는 55%로 바꿨고 국회에서 결국 60%로 됐다. 그때 제대로 했더라면 이번 개선작업이 한결 수월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문제는 이번 안에 노동계와 재계가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계는 근로자들의 손실이 커졌다고, 경영계는 기업 부담이 늘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근로자들은 평생 부은 연금보험료에 비해 두 배의 연금을 받다가 위원회 안이 시행되면 보험료 총액만큼만 받도록 수익률이 떨어지다 보니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에서 "정부의 연금 장기재정 추계 결과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이번 개선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두 노총은 "재정 추계 기간을 70년이 아니라 60년으로 줄이면 소득대체율을 60%로 유지하면서 보험료율을 13~14%까지만 올려도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경총과 기협중앙회는 소득대체율을 40%로 대폭 낮추고 보험료율은 11.85%로 올리는 안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 두 단체는 "현재 퇴직금이 25% 정도 소득대체효과가 있고 개인연금 가입자가 많기 때문에 연금 지급액을 크게 낮춰도 문제없다"고 했다. 이들을 잘 설득하는 일이 국민연금 수술의 관건인 셈이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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