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만 81개 … 해군·해병대 장성 부부 모인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29일 계룡대에서 열린 ‘명예해군 운동 워크숍’에 참석한 해군·해병대 간부들과 부인들. [사진 해군]

29일 오후 3시 육·해·공군본부가 있는 계룡대의 별관 소강당. 검은색과 카키색 근무복을 입은 해군과 해병대의 ‘별’들이 부인을 동반하고 들어섰다. 정호섭 해군참모총장이 주관한 ‘명예해군 운동 장성단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해군·해병대 간부와 부인들까지 참석하는 바람에 140여 명이 계룡대 소강당을 메웠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별만 81개였다. 해군 관계자는 “현장에서 작전에 참여하고 있는 지휘관을 제외하곤 해군과 해병대 모든 장성과 대령급 병과장들이 참석했다”며 “부인들도 참석시켜 다시 태어나기 위한 해군의 의지를 다지고 내조에 도움을 요청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해군의 몸부림은 통영함 음파탐지기(소나)로 대표되는 방위사업 비리, 고위 장성의 골프장 경기도우미(캐디) 희롱 사건 등으로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시작됐다. 그래서 워크숍 이름도 ‘명예해군 운동’으로 지었다.

 정 총장은 이날 “최근 방위사업 비리, 부적절한 행위로 인한 사건과 사고들은 어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창설 이후 우리 해군은 괄목할 만한 외적 성장을 이뤘으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문화의 틀을 떨쳐내지 못하는 등 내적 성장이 미흡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지켜야 할 조직이 오히려 국민이 걱정하는 대상이 됐다”고 했다. 정 총장은 “말로 교육하고 강조할 부분은 다했다”며 “이제는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명예해군 7대 윤리 지침’을 참모총장 특별지침으로 하달했다.

 7대 지침은 인력이나 재물을 포함해 국가 자산을 절대로 사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첫째로 담았다. 일부 간부가 관용차를 개인 회식 등에 사용하거나 부하들에게 심부름 등을 시킬 수 없도록 한 것이다. 해군은 공관의 당번병들도 출퇴근하게 할 예정이다.

또 ‘금품을 수수하거나 부당 이익을 취하지 않는다’ ‘공공예산을 절대 부정하게 사용하지 않는다’ ‘인사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를 일절 하지 않는다’ ‘군인으로서 품위를 위반해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지 않는다’ ‘직권을 남용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인사와 관련해선 금품 전달은 물론이고 경조사를 축하하거나 명절 때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행위도 금지하기로 했다. 마지막 지침은 ‘조용하게 내조(외조)하는 건전한 해군 가족문화를 정착한다’는 내용이다. 군 관계자는 “해군은 한번 출항하면 몇 달씩 항해를 하다 보니 집에 남은 부인들끼리 모여 위계질서를 만들고 각종 인사에 개입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남편이 상관이면 부인도 상관이던 관행을 없애고 완전히 새로운 해군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와 별도로 해군은 부하들이 연 2회 지휘관(육상 근무 중령 이상, 해상 근무 소령 이상)의 리더십을 진단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7대 지침과 관련, 해군 일각에선 “진심에서 나온 축하나 명절 인사마저 못하게 하는 건 문제”라고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해군 관계자는 “불편하더라도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아픔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