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기술개발"…투자엔 "냉담"|정부의 연구개발투자 얼마나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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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첨단기술개발을 통한 선진공업국으로의 도약」을 기치로 걸고 나선 정부가 정작 첨단기술개발 투자확보와 이의 적기집행에 소홀해 문제점을 던져주고 있다.
정부는 84년을「기술약진의 해」로 설정하고 올해부터 반도체·컴퓨터 등 핵심첨단기술을 선진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본격적인 이륙을 할 것이라고 천명했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현재에 이르러 이같은 천명은 한낱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연구개발투자비 확보와 집행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제수도 줄어들어>
과기처는 지난 82년부터 국가산업발전의 근간이 되는 핵심첨단기술의 개발을 촉진시키기 위해 이 제도를 운영해왔다.
정부주도과제와 기업주도과제로 나누어 추진된 이특정 연구과제는 82년에 정부가 1백33억원, 민간기업이 54억원을 내 총 1백87억원의 예산으로 1백25개 과제에 대한 연구를 발진시켰다.
작년에는 두배 가까운 3백46억원(정부2백20억원, 기업1백26억원)으로 1백82개 과제에 대한 연구개발업무를 수행해 활발한 진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들어 이 연구비 규모가 2백52억원으로 격감되어 버렸고 과제수도 1백37개로 줄어들었다.
물론 당초 과기처가 올해 업무계획에서 밝힌 특정연구개발 사업비규모는 작년수준인 3백50억원(정부2백20억원, 기업1백30억원)이었다.
그러나 지난3월 확정된 국가주도 연구사업비(1백30억원, 19개 과제)와 지난13일 확정된 기업주도 연구사업비(1백22억원)를 합치면 2백52억원에 불과해 작년보다 오히려 27%나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특정연구과제사업비 규모는 시행당초부터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한나라의 기술개발을 촉진시키는데 2백억∼3백억원의 연구개발비는「코끼리에 비스킷격」이라는 주장이 각계에서 일었고 정부측도 일면 이를 수긍했다.
실제로 L그룹과 S그룹 등 국내 유수의 그룹기업들이 작년에 쓴 연구개발비는 줄잡아 3백억원씩 이었고, 올해는 33%가 늘어난 4백억원에 이를 것이 라는 전망이고 보면 이번 정부특정과제 연구비의 축소는 좋은 대조를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는 15일 내년도 과학기술투자를 올해보다 70%가량 대폭 늘릴 방침이라고 밝힌바 있어 정부특정과제 연구비도 대폭 증액되리라는 전망이다.
한편 이러한 연구비 감소에 대해 연구종사자들은『다른 부문도 마찬가지지만 기술개발투자는 꾸준히 지속되어야지 기복이 있어서는 안된다. 임기응변식으로 늘었다 줄었다하면 연구개발의 추진도 문제지만 연구성과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반기돼야 착수>
특정연구과제 사업비의 책정은 정부예산 편성 때에 확정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1월5일부터는 연구비를 받아쓸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이나 기업의 경우 잘해야 4월, 늦으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할 수 있어 그만큼 시간낭비를 하는 셈이 된다.
이는 과제선정의 복잡성과 이에 따른 연구비 집행의 지연에 기인된다.
특정연구과제를 수행하려는 연구자나 기업은 전년도 말까지 과기처에 연구계획서를 제출하고 과기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회를 열어 계획서를 토대로 연구타당성·연구비 규모 등을 심사하고 부문별로 이를 배분·확정한다.
국가주도 과제의 경우는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돼 조기에 확정지을 수 있지만 기업주도과제의 경우 연구타당성과 연구비조정 등의 문제로 시간을 끌기 일쑤다.
심사를 엄격히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좌지우지하는 사이에 그만큼 첨단기술개발은 지연되는 것이다.
심사기간을 앞당겨 조속히 과제를 선정하고 적기에 기술개발에 착수할 수 있는 풍토조성과 효율적 연구관리가 아쉽다는 것도 이 연구를 수행하는 인력들의 공통된 바람이다.

<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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