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가치있는 삶을 가르칠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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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우리처럼 자식교육에 온 정성을 기울이는 부모들도 드물 것이다. 논밭 팔아서도 자식은 가르쳐야하고 자식의 교육 때문이라면 어떤 고생이나 희생도 달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부모로서 자식을 끝까지 공부시키지 못하면 큰 죄라도 지은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정성과 희생에 비해 우리처럼 교육에 문제가 많은 나라도 드물 것이다. 그 중에 한 가지가「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하게 되라」는 부모의 집념 때문에 생겨난 문제다.
도대체 무엇이 훌륭한 것이며 어떻게 살아가는 모습이 훌륭하게 사는 것이냐? 이 문제에 대한 부모들의 해답이 없이는 우리의 교육투자는 계속해 사회의 문제로 악순환될지 모르며 부모의 정성은 헛될지도 모른다. 자라는 후손들은 공허를 느끼게 될지 모른다.
MBC-TV가 한국 갤럽연구소에 의뢰해 조사한 우리 한국 어린이의 의식구조를 읽어보고 충격적이라고 하기보다 오히려 부끄러워졌다. 어른 노릇을 못하고있는 세대라고 생각되었다. 부모로서 밥먹이고 옷은 입혀주었지만 교육은 시키지 못한 것이다. 교육부재의 부모세대라 할까. 조사에 의하면 세상에는 나쁜사람이 이기는 경우가 많고(51.3%), 세상일이 돈으로 결정되는 일이 많다(41.4%)고 아이들이 판단하고 있다. 이 사실은 우리 어른이 그렇게 살고 있다는 증거에 불과하다.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출중하게 자랄 수 있도록 모범이 되지 못하였고 바른 행동을 자신있게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말로는 봉사하고 헌신하고 이웃을 돕고 정의를 실현하고 진리를 탐구하며 살아야한다고 하면서 어른이 그렇게 살지 못하였고 자신있게 아이들에게 제시하지 못한게 아닌가.
내 아이가 친구대신 교실청소를 하고 늦게 귀가했을 때 칭찬할 것인가 아니면『이 병신!』이라고 속으로 못마땅해 할 것인가.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는 권력과 돈의 깊은 늪속에 빠져버린것 같다. 그리고 훌륭하게 되라는 말대신 잘 살라는 말이 쓰여지고 있다. 잘 산다고 하면 으례 권력이 있거나 돈이 많다고 상상하게 된다. 잘 사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축하도해주게 된다. 그러면서 훌륭하다는 말은 뒷전으로 물러나 버린 것 같다. 부모들은 자식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말하면서 내용인즉 잘 살게 되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훌륭하게 되기 위해서 상급학교에 진학하고 일류대학에 입학하려고 애쓰기보다 잘 살려고 그러는 것이다. 부모는 잘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학교 출신인가를 잘 파악해 놓고 있다. 정부요직의 인사발령이 있으면 그 사람들의 학력을 훑어보고, 돈 많이 벌어 편히 사는 직업인이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졸업했는가를 빠르게 파악해 놓는다.
대학입시는 훌륭하게 살 인재를 뽑는 경쟁이 아니고 잘살게 될 사람을 뽑아주는 경쟁같은 느낌이다.
우리는 지금 잘 사는 사람 때문에가 아니고 훌륭하게 사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일 기회가 적어서 문제다. 훌륭하게 산다는 것은 그렇게 어렵고 먼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정직하고 성실하고 근면하면서 이웃을 돕고 살아가는 평범한 생활인의 삶 그것이다. 교육부재의 부모는 미래를 여는데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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