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성완종 두 번의 사면, 당사자들이 나서 진실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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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두 차례의 특별사면을 받은 걸 둘러싼 여야 공방이 거칠어지고 있다. 특히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7년 12월 31일의 두 번째 특사는 형(刑)이 확정된 지 한 달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데다 당시 정성진 법무부 장관이 여러 차례 반대해 사면 대상자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과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청와대 만찬 회동(12월 28일) 이후 사면이 확정됐으니 배후 의혹이 불붙기 마련이다.

 노 전 대통령의 친형인 노건평씨와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 간에 이른바 ‘형님 채널’이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당사자들은 이를 부인했지만 의혹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여전히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친노 세력이 주도했다는 주장과, 이명박 당선인 측의 의사가 반영된 특사였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청와대가 특사를 주도한 명백한 증거가 있다”며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전모를 밝히라고 압박하고 있다. 문 대표는 “야당에 대한 물귀신 작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양측 모두 실체적 진실을 궁금해하는 국민들의 요구는 외면한 채 흠집내기식의 정치 공방만 벌이고 있다.

 보통사람들에겐 하늘의 별 따기인 특별사면을 성 전 회장이 같은 정권에서 두 차례나 받았다는 건 아무래도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 사면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하더라도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특사에 관여했는지, 이 과정에서 로비는 없었는지와 같은 의혹을 품게 되는 건 당연하다. 물론 이번 사건의 본질은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는 ‘성완종 메모’의 진위를 밝히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수사 물타기”라는 야당의 반발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의혹이 불거진 이상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어차피 되지도 않을 국정조사 운운하며 시간을 끌기보다 당시 사면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사람들이 나서 스스로 진상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현 정권의 실세들이 연루됐다는 ‘성완종 8인 리스트’의 진실을 캐는 작업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