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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박 대통령, 국민 앞에 나서서 설명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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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근혜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오늘 귀국한다. 박 대통령은 강행군과 고산병으로 인한 증상으로 링거를 맞았다. 그 증세는 며칠이면 없어질 것이다. 반면 지금 대한민국이 수술대 위에 올려져 있다. 임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대통령은 레임덕(lame duck)의 위기에 놓였다. 국정 운영의 동력을 유지하느냐 여부는 그의 대처에 달려 있다.

 박 대통령은 누에고치처럼 웅크리지 말고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 올해 들어 그는 대국민 기자회견을 한 번밖에 하지 않았다. 자신의 핵심 측근들이 연루된 의혹이 있는 성완종 사건이 터졌는데도 그는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이제라도 그는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밝혀야 한다.

 총리는 국정의 2인자다. 대통령은 총리를 임명하며 총리직 수행에 지휘 책임을 진다. 이완구 총리는 하자(瑕疵)투성이였고 성완종 사건의 대처에서 국민의 신망을 잃었다. 급기야 취임 65일 만에 사의를 표했다. 이 총리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은 거짓말과 무책임을 보였다. 대통령은 이러한 사태에 도의적 책임을 피해 가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성 전 경남기업 회장이 주장한 8인의 혐의가 사실인지 여부와는 다른 문제다.

 총리의 공백을 최단으로 줄이고 정권 분위기를 일신하려면 대통령은 신속하게 탕평책(蕩平策)을 써야 할 것이다. 자신의 지식이나 친박계의 이해관계를 떠나 도덕성과 개혁성을 갖춘 인재를 광범위하게 골라야 한다. 대통령은 진상 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특검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의지라면 우선 국민이 보는 앞에서 대통령비서실장·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이 검찰수사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지시하는 게 필요하다. 검찰은 비자금 장부를 찾아내지도 못하고 있는데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앞질러 수사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런 것은 또 다른 의혹을 부른다.

 대통령이 국민 앞에 나서는 것은 사태 해결의 시작일 뿐이다. 세월호 사태가 터지자 박 대통령은 국가 개조를 얘기했다. 성완종 사태가 터지자 정치 개혁을 말하기도 했다. 국가 개조도, 정치 개혁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적잖은 국민은 이 못지않게 ‘대통령 개조’도 중요하다고 믿는다. 해외 순방에 나서면 대통령은 팔을 걷어붙이고 활력과 친화력을 보여 준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국민과 섞이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한다. 기자회견을 피하고, 주로 수석회의나 국무회의에서만 발언하며, 일부 부속실 비서관에 둘러싸여 본관에 칩거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

 시간이 별로 없다. 올해를 보내면 내년엔 총선, 내후년엔 대선이 있다.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으려면 ‘대통령 개조’에 성공해야 한다. 전두환·노태우의 6·29 선언은 대통령 선거권을 국민에게 던진 것이다. 오늘 귀국하는 박 대통령은 자신을 국민 속으로 던질 필요가 있다. 밀폐된 본관에서 나와 버락 오바마처럼 비서실 건물에 합류하는 박근혜의 6·29 선언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