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단, 왜 억제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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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앙정부와 지방행정이 경제문제를 두고 함께 논의할 기회가 거의 없던 전례에 비추어 요즘 열린 시·도경제협의회는 무엇보다도 양자간의 상설협의채널을 마련한데서 우선 그 뜻을찾을 수 있다.
내무행정이나 일반행정의 경우 조직상의 일관성으로 인해 빈번하게 협의되고 있으나 경제행정이나 정책의 경우 관료주의와 배타적 소관주의 때문에 집행과정이 순탄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런 상설협의기구의 발족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며 앞으로의 운영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그 첫 회의에서 이미 이 협의기구의 유용성을 기대할만한 몇 가지 조짐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첫째는 지금까지 비정례적인 지방출장회의에서 단편적으로, 개별적으로 제기되었던 갖가지 지방경제의 문제들이 이번 회의에서 포괄적으로 제기되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특정지역의 특정문제가 특정중앙부서와 협의되던 방식이 중앙경제부처와의 연석회의에서 제기됨으로써 정부안의 합의도출을 쉽게 만들 소지를 갖게된 점이 눈에 띈다. ,
이번 회의에서 가장 비중 크게 다루어졌던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개발의 문제만 해도 재정, 금융, 조세, 국토계획 등 광범한 유관부처의 포괄적인 대응이 필요한 과제다. 특히 큰 관심을 표명했던 지방금융의 확대문제가 중앙정부에 의해 쉽게 합의된 것도 이같은 협의방식의 유용성을 반증한다. 지방금융의 확대요청에 대해 우선 제2금융권의 지방자금 환류를 늘리고 중앙은행 지점을 중심으로 조직된 지역별 중소기업금융지원대책위원회에 보험, 단자, 투신 등 제2금융권까지 포함시켜 실질적인 금융확대가 가능토록 결정되었다.
또 지금까지 수도권 소재 업체에 편중되었던 이른바 유망 중소기업 지원대상도 지역적으로 균형화하여 선발토록 결정되었다 이같은 일련의 결정들은 물론 결정 그 자체보다 앞으로의 실행과 집행이 더 중요하겠지만 지역경제의 오래된 문제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잡게된 것은 이번 회의의 성과다.
또 하나 우리의 관심을 끄는 대목은 지방공업단지조성과 관련한 지역주민들의 불만이다.지역의 균형개발을 내건 지방공단조성이 오히려 공해산업의 대량유치와 토지투기 등 지역개발의 저해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은 신중하게 검토돼야할 문제다.
지역주민들에 의해 제기된 이 같은 불만은 공단조성과 관련된 중앙정부의 무책임과 사후관리미흡에서 주로 연관되어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역경제와 긴밀한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대규모의 공단을 지정만 해 놓고 사업비를 확보 못한 채 시간을 끌어 지역주민들의 피해가 되어온 사례가 적지 않았다. 또 조성된 단지조차 경기 등의 이유로 입주를 기피함으로써 공단조성관리의 허점을 드러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지방공단의 조성은 지역주민들과 보다 긴밀히 협조하여 추진하고 일단 조성된 공단은 명실상부하게 지역개발에 도움되게 내실있는 입주지도와 운영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방공단의 조성은 원래 지역개발의 균형을 도모하고 도시편중을 막는 하나의 근원책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이미 선진국들은 적절한 정책과 더불어 그런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그와 같은 지방공단 조성이 왜곡되는 우리의 현실은 시대착오일 뿐 아니라 안일한 정책입안의 자세로 밖에 볼 수 없다.
지방공단개발에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의 핵심에 직면해서 풀어가야지, 원래의 건설적이고 발전적인 정책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것은 본과 말의 전도다.
산업발전의 지역확산을 억제한다는 정책은 도대체 교과서에도 없는 얘기일 것이다. 우리는 지방공단을 오히려 더욱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정책적 뒷받침과 추진력이 요구된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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