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보리 수매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보리수확철이 다가오면서 올해 하곡수매가는 어떻게 결정될 것인지 농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알려지기로는 정부에서도 일단 인상 수매한다는 원칙은 세운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농산물의 가격지지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의 하곡과 추곡수매가 동결이 농가소득에 미친 타격을 고려할 때 올해 수매가는 적정선에서 인상되는 것이 불가피한 것 같다.
정부가 양곡수매제도를 유지하는 한 농가의 생산비와 적정 이윤은 보장되는 것이 바람직하며 수매가 동결은 다른 공산품의 가격정책과 같은 연장선에서 다루어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농가소득의 특수성은 여전히 농업소득 특히 주곡 소득에 주로 의존한다는 사실을 고려할때 주곡 수매정책은 우리경제에서 계속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정부가 수년전부터 농외소득원 개발정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그 성과가 어떤지를 고려한다면 주곡정책의 의미는 결코 절하되지 않는다.
특히 70년대 후반부터 수매가정책이 후퇴한 이후 도농간 소득격차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살펴본다면 결론은 자명해진다. 농업정책의 기본은 여전히 농산물가격 지지정책에서 찾아져야 할 당위도 여기에 있다.
최근 수년간의 농촌사정은 농가교역조건의 악화나 소득정체뿐 아니라 빈번한 농산물·축산물의 수입확대로 인한 타격이 엇갈려 있다.
그러나 다른 어떤 요인들보다도 농민들의 관심은 주곡의 가격정책이며 이는 곧 이들의 주소득원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매가의 동결이나 비합리적인 수매가책정이 지속될 경우 농가소득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주곡 자급의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농업생산의 보수성이나 생산성의 비탄력성을 고려할 때 농업생산의욕의 저하는 일시적인 부양책으로는 회복되기 어려운 속성이 있다.
특히 올해 하곡은 일기 불순으로 예년보다 15∼20% 감산이 예상되고 있어 수매가가 이를 적절히 고려하지 않을 때 농민들의 타격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밀조차 수매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수매가의 현실화는 매우 긴요한 싯점이기도 하다.
보리소비의 둔화로 인해 감수에 따른 물량확보에는 설사 지장이 없다해도 농가소득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으므로 가능한 한 전량 수매와 충분한 생산비·이윤보장으로 주곡일반의 증산의욕을 다시 북돋워 가야할 때가 되었다.
수매가산정과 관련하여 언제나 말썽이 되어온 생산비 추정과정도 개선돼야한다. 지난해 추곡생산비 산정이 국회에서 크게 문제되었던 전례에 비추어 올해부터는 보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생산비 산정기준이 객관적인 전문가들에 의해 마련되고 타당성을 입증할만한 공개적인 논의과정을 거치기 바란다. 이런 과정은 그 형식을 어떻게 하든 반드시 필요하며 그 자체가 농업통계의 신뢰성을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