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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승리로 연내 종전"|유가 다소 올라도 "파동"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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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날이 갈수록 불길 높게 치솟고 있는 이란-이라크의 걸프전쟁.
전투가 더욱 격렬해지고 있는 중에 양쪽은 모두 상대방 또는 상대방을 편드는 나라의 유조선을 닥치는 대로 공격하고있다.
유조선을 공격당한 사우디아라비아와 그 뒤에 있는 미국이 직접 개입하게 될지도 모를 상황에까지 갔다.
이 전쟁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제3의 오일쇼크를 맞게 되는 것은 아닐까.
중동문제 특히 걸프전쟁의 전문가인「바헤·페트로시안」씨(44)는 전쟁은 금년 안에 이란의 승리로 끝날 것이 확실하며 제3의 오일쇼크는 예상되지 않으나 기름 값 상승은 각오해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페트로시안」씨는 런던에서 발행되는 중동경제전문지MEED(Middle East Economic Digest) 의 걸프 전쟁전담 해설위원으로 최근 영국의 BBC TV 및 라디오에 자주 초빙돼 해설을 하고있다.
30일하오 그의 사무실로 찾아가 걸프전쟁의 전망과 기름사정에 대해 물어봤다.
-44개월째 끌고있는 이란 이라크전쟁은 요즘 더 격화돼 호르무즈 해협의 석유수송로가 크게 위협받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미국이 직접 개입하게 되는 사태로 발전할 우려가 있다. 이 전쟁은 언제 어떻게 끝날 것으로 보는가?
▲지금까지 계속되어 온 것으로 보아 앞으로도 오래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생각을 수정해야 할 것으로 믿는다. 예상보다 빨리 끝날 조짐이 있다. 상황으로 보아 연내 이란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많다.
-그렇게 예측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이란의 전력이 이라크에 비해 월등하다. 또 이란보다는 이라크 쪽에 내부붕괴의 요인들이 많이 쌓여있다.
이라크는 더 버틸 수 있는 한계점에 와 있는데 이라크를 돕기 위해 외부에서 직접 군사적으로 개입하기가 어렵게 되어있다. 이라크는 어쩌면 군사적으로 이란에 패배하기 전에 쿠데타 같은 것에 의해 「사담·후세인」현정부가 붕괴될지도 모른다.
-이라크편을 들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수수방관할까. 또 사우디아라비아가 뛰어 들경우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 아닌가?
▲1백% 장담할 일은 못되지만 그런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본다.
만약 사우디아라비아가 뛰어 들고 뒤이어 미국이 직접 개입하는 것이 현실화되면 미소간의 대결로 발전할 것이다. 왜냐하면 걸프만이 미국의 독무대로 되는 것을 소련이 용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월남과 레바논에서 쓰디쓴 경험을 했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직접 개입하는 일은 피하려 애쓸 것이다.
-결국 이라크가 굴복하고 이란이 중동의 강자로 등장한다는 얘기인가?
▲언젠가는 그렇게 되고 말 것이다. 중동에서 이란의 입김은 앞으로 더욱 세어질 것이다.
-고령의「호메이니」가 죽고 난 다음에도 그러한 진단은 적용되는 것인가?
▲그렇다. 「호메이니」는 이란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그의 사후에도 후계자들은 그의 지도노선을 답습할 것으로 본다.
이라크와의 전쟁으로 「호메이니」의 인기는 물론이고 이란국민의 단결을 굳혀준 결과가됐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석유공급이 어떻게 될 것인가다.
이란이 누차 경고한대로 호르무즈해헙을 봉쇄할 가능성은 있는가?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생각이 있다면 프랑스가 이라크에 엑조세미사일을 공급하기 시작했던 작년 9∼10월에 단행했을 것이다. 봉쇄하지 못한 이유는 오히려 자신이 더 곤경에 빠지기 때문이다.
막대한 전비를 조달하려면 기름을 수출해야 하는데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할 경우 이란의 석유수출 (하루 약1백80만배럴)길은 막힌다. 가뜩이나 외환사정이 나쁜 이란으로서는 스스로 석유수출길을 막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호르무즈해협봉쇄는 이란으로서는 속이 들여다보이는 협박이다.
-그럼 이란이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어떤 것이 있는가?
▲이라크가 먼저 시작한 유조선공격은 이란에 유용한 전략이 되고 있다. ·
즉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등 이라크편을 들고 있는 나라의 유조선을 공격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호르무즈해협봉쇄와 맞먹는 효과도 거두고 이라크를 돕는 나라들에 부담을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는 이란에 정면 도전할 입장이 못된다.
-유조선을 마구 공격함으로써 호르무즈해협에 들어가는 배들이 격감됐는데 석유공급엔 차질을 빚지 않을까?
▲현재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을 비롯, 소비국들의 석유비축량은 약 석달 반분에 달한다.
호르무즈해협이 전면 봉쇄되는 사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지만)가 되면 하루8백만 배럴의 공급차질이 생기게 된다. 자유세계 소비량의 약20%에 해당된다.
이 가운데 나이지리아·사우디아라비아 등 생산을 감축한 나라들이 증산하게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얀부쪽으로 공급경로를 돌림으로써 절반은 보충할 수 있다.
결국 3백여만 배럴의 부족이 생기는데 당분간은 비축분으로 견디게 될 것이다.
-석유가격의 전망은 어떻게 보나?
▲일부에서는 석유가격이 보합세를 유지하고 어쩌면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보고 있으나나는 그런 견해에 동조하지 않는다.
걸프전쟁 내지 그 결과(이란의 승리) 로 석유가격은 배럴당 10달러 이상은 상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우에 따라선 더 오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73년,79년의 오일쇼크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심리적 요인을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달려있다.
그것만 자신한다면 또 다른 오일 쇼크는 걱정 안 해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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