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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 엄살 피워야 더 건강하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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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을 잘 참는 사람이 더 건강한 사람일까? 적어도 당뇨병 환자는 엄살이 심한 사람이 오히려 건강을 잘 지키는 경우가 많다. 사소하게 나타나는 건강의 적신호도 잘 발견해내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박중열 교수

당뇨병 환자들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합병증은 바로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다. 오랜 당뇨병 투병으로 혈관과 신경세포 속에 당이 너무 많아지면서 세포를 망가뜨려 통증이나 이상감각 등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당뇨병 환자 절반 이상은 이런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앓고 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은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 증상이나 통증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 환자들이 쉽게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을 참을만한 통증 또는 혈액순환 장애 정도로 치부하고 병을 키우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통증을 잘 참고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 더 위험하다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오랜 기간 방치하고 치료 시기를 놓쳐 족부 궤양이나 절단까지 이르는 안타까운 환자도 있다. 국내 비외상성 족부 절단의 절반 이상은 당뇨병으로부터 비롯된다는 통계 결과가 보여주듯이 당뇨병 합병증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발 또는 다리에 쿡쿡 쑤시거나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는 경우 ▲불에 붙은 것처럼 화끈거리는 작열감을 느끼는 경우 ▲이불이나 옷이 닿을 때 과민하게 이상감각을 느끼는 경우 ▲발이나 다리에 감각이 무뎌지는 무감각증이 있는 경우에는 당뇨병성 신경합병증을 의심해야 한다.

통증·작열감 같이 명확한 증상은 비교적 쉽게 자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상감각이나 무감각증은 발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지 않으면 오랜 기간 알아채지 못한 채 지나칠 수 있어 위험하다. 당뇨병 환자라면 꾸준히 발의 변화를 살피고 작은 상처라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 통증은 전형적으로 팔이나 다리 끝에서부터 시작해 서서히 위로 퍼져나가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낮에도 느끼지만 밤에 증상이 더욱 심해져 수면장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불안 및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어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적절한 약물 치료가 중요하다.

우리말 표현인 엄살 피운다는 말의 어원은 몸의 작은 부분이 다쳤을 때 온몸으로 아파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엄살은 신체의 건강을 지키는 일종의 자기 보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다. 나이가 들수록 여기저기 아픈 곳도 많아지고 사소한 증상이나 통증에는 점점 무뎌진다.

통증이나 이상 감각은 내 몸 어딘가에서 문제가 시작되고 있다는 경고이다. 합병증 위험에 놓여있는 당뇨병 환자들에겐 더욱 그렇다. 몸에 이상신호를 발견한다면 참을만한 통증, 사소한 증상이라고 흘려 보내지 말고 당뇨병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 환자에게 있어 참을만한 통증은 어쩌면 더 위험할 수 있는 신호임을 기억하고 건강한 엄살을 발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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